진혜원 안산지청 부부장검사는 작년 7월 자신의 페이스북에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팔짱 끼고 찍은 사진을 올리고“권력형 성범죄를 자수한다”며“평소 존경하는 분을 발견하고 덥석 팔짱을 끼는 방법으로 추행했다”고 했다./진 검사 페이스북 캡처

“조국 장관님 가족 도륙이 시작된 지 벌써 2년이 돼간다”

진혜원 수원지검 안산지청 부부장검사는 조국 전 법무장관의 5촌 조카 조범동씨의 대법원 유죄 확정 판결 다음날인 지난 1일 본인 페이스북에 이 같은 글을 올렸다. 한 재경지검 검찰 간부는 “수사에 대해 생각이 다를 순 있다. 그러나 정경심 교수 1심 징역 4년, 5촌 조카 대법원 유죄 확정 등 법원 판단도 있는데 어떻게 검사가 ‘도륙’이라고 깎아내리느냐”고 했다.

공무원은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의무가 있다. 그러나 진 검사는 이를 반복해 위반하고 있다. 주로 자신의 정치적 성향을 페이스북에 올리는 식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법무부와 대검은 사실상 방관 중이다. 진 검사 문제가 공식화 된 적도 있다. 1년 전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피해자를 조롱하는 듯한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고, 작년 7월 여성변호사회가 이 문제로 대검에 징계를 요청한 것이다. 그런데 대검 감찰부(부장 한동수)는 “검토 중”이라고만 답하고 있다. 검찰 내부에서도 “감찰을 안 하는 것인지 못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직무유기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박범계·김오수, 검사 SNS 경고했지만…

박범계 장관은 지난 3월 임은정 당시 대검 감찰정책연구관이 본인 페이스북 내부 회의 내용을 공개해 공무상 비밀누설 등 논란이 일자, “표현의 자유이긴 하지만 신중했으면 한다”고 경고했다. 김오수 검찰총장도 후보자 시절이던 지난 5월 ‘검사가 SNS에 정치적 글을 기재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 징계가 가능한가’라는 국회 질문에 “검사의 정치적 중립은 매우 중요하다”고 답했다.

그러나 진 검사의 SNS 글 논란은 수차례 반복됐다. 진 검사는 지난 4·7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페이스북에 특정정당 후보를 비방하는 글을 올려 공직선거법·국가공무원법 위반 등 혐의로 고발되기도 했다. 그는 선거 전날인 6일 페이스북에 ‘매국노’라는 제목으로 “깨시민들을 제외한 나머지 전부 ‘숭구리당과 그 선거운동원’이라고 부르는 이유가 있다”며 “이 숭구리당과 그 선거운동원들은 언제 어디서든 직위를 팔아 치부하고, 이를 반대하는 사람들을 탄압하는 성향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깨시민’은 깨어 있는 시민을 뜻하는 말로 여권 지지자를 가리키는 말이다. 재보궐선거 전날 현직 부부장검사가 여권 지지자를 제외한 나머지 유권자를 비하한 것이다. 이에 보수 성향 변호사 단체 ‘한반도인권과통일을위한변호사모임’(한변)은 지난 4월 진 검사를 공직선거법과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고발했고, 사건은 당시 진 검사가 속해있던 서울동부지검에 배당됐었다.

◇대검 감찰부는 1년째 “검토 중”

문재인 대통령 찬양 글 등을 꾸준히 올려온 진 검사는 작년 7월 페이스북에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자신이 팔짱 낀 사진을 올린 뒤 “나도 성추행당했다”며 박 전 시장 피해자를 조롱해 논란이 됐다. 그달 여성변호사회가 대검에 진 검사에 대한 징계를 요청했지만 1년째 결론이 나지 않았다,

그사이 진 검사의 페이스북 글은 계속됐다. 지난 1월에는 박 전 시장을 옹호하고 피해자를 겨냥하는 것으로 해석되는 ‘꽃뱀은 왜 발생하고, 수틀리면 왜 표변하는가’라는 글을 올렸다.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등 4개 여성 시민단체가 그달 21일 진 검사의 근무지였던 서울동부지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성폭력 피해자에게 지속적으로 2차 가해 발언을 일삼은 진 검사는 검사징계법에 따른 징계 대상”이라며 징계 및 해임을 촉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대검 감찰부는 1년째 “검토 중”, “확인 중”이라는 입장이다. 1년 전 진 검사를 징계해달라고 요청한 여성변호사회 관계자는 “대검에선 ‘공보 규정 때문에 경과를 알려줄 수 없다’고 한다”며 “결과를 회신받은 적 없다”고 했다. 한 검찰 관계자는 “한동수 감찰부장이 감찰 의지를 갖고 있는 지 의문”이라며 “이렇게 시간이 걸릴 사안이 아닌데 ‘친정권 검사 봐주기’라는 비판을 들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