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입시비리 혐의로 기소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리는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 21부 심리로 이뤄진 조국 전 장관에 대한 재판에서 뇌물수수 혐의에 대한 증거 조사가 이뤄졌다. 검찰은 노환중 부산대 의전원 교수(현 부산의료원장)가 딸 조민씨에게 준 장학금 600만원이 조국 전 장관에 대한 뇌물이라고 보고 노 원장을 뇌물공여죄로, 조 전장관을 뇌물수수죄로 기소했다.

검찰은 “조 전 장관은 2016년 당시 부산 선대위 공동위원장을 맡는 등으로 유력인사였다”며 “노 교수가 조민씨의 지도교수를 한 이유는 유력인사와의 친분이 유·무형으로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검찰에 따르면 노 교수는 양산 부산대병원장에 임명된 후에도 딸 조씨에 대해서는 신경을 많이 썼다. 조씨가 유급당한 후 그의 성적에 신경을 쓰면서 후배 교수에게 ‘조민이 잘 하게끔 챙겨주라, 스트레스 안 받고 공부 잘 할 수 있도록 신경쓰라’는 취지로 부탁하기도 했다.

노 원장은 조씨 장학금에 대해 “면학을 격려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검찰은 유급된 다른 학생의 예를 들어 조씨가 ‘특별 대우’를 받았다고 했다. 의전원 1학년 1학기를 유급하고 2학기에 복학한 장모씨의 경우 장학금은 고사하고 면담조차 안했다고 했다. 검찰은 “왜 교수된 도리를 조민에게만 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조민 “학장이 엄격” 걱정에 조국, “아빠와 소통 중”

검찰은 장학금 수여 전날인 2016년 4월 조국 전 장관 가족 채팅방 내용도 공개했다. 그에 따르면 딸 조씨는 “내일 오후 5시에 장학금 수여식 있어요. 가서 얼마주는지 등 알아볼게요”라고 하자 조 전 장관은 “굿”이라고 했다. 장학금 수여 당일 딸 조씨가 “장학금 200만원일 것 같아요”라고 하자 조 전 장관은 “잘되었다”고 했다. 수여 다음날 딸 조씨가 “장학금 수혜자는 감사의 편지를 작성해 내야 하는데 봐주실 수 있느냐”고 하자 조 전 장관은 “아빠에게 보내거라, 시험친 후 쓰면 되는 거지”라고 했다.

검찰은 노 원장이 기존에 두 명에게 100만원씩 주던 장학금을 조민씨 한 명을 지정해 200만원을 줬다며 ‘보험성 특혜 장학금’이라고 했다. 노 원장의 부산의료원장 임명 및 양산부산대병원의 의료기기 센터 지정과 대가성이 있다는 것이다.

노 원장의 다른 지도학생도 “교수님이 생각해도 장학금이 이상하니까 아무한테도 말하지 말라고 한 것 같다”고 했다. 부산대 의전원 장학위원회에서도 ‘조민은 성적이 우수하지도 않고 가계 곤란자도 아닌데 연속 장학금을 받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검찰은 “조 전 장관은 조민과 관련해서는 지위를 망각해 공사 구분이 분명치 않았다”고 했다. 딸 조씨가 “학장이 엄격하고 유급을 잘 시키는 사람”이라고 하자 조 전 장관은 “아빠와 소통중”이라고 답했다. 딸 조씨가 자신의 부산대 의전원 관련 특혜 의혹이 보도된 내용을 가족 채팅방에 올리자 조 전 장관이 ‘개소리 신경쓰지 말라’고 했다고 한다.

◇조국, “장학금 관여 안해..검찰이 뇌물사범 낙인 기소”

이에 대해 노 원장 측은 “부산의료원장 임명은 부산시장 소관이고 의료기기센터 지정은 보건산업진흥원의 업무로 민정수석이던 조국 전 장관의 업무와 무관하다”고 했다. 또한 부산대 병원 등에 대한 압수수색 과정에서도 관련 증거가 발견되지 않았다며 뇌물성을 부인했다.

조 전 장관은 재판 시작 전 취재진에게 미리 준비한 입장문을 낭독하며 “딸 장학금 수여에 전혀 관여한 바 없다. 지도교수를 누구로 해달라고 부탁한 적도 없으며 장학금을 달라고 부탁한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러한 내용을 검찰도 조사 중 알게 됐음에도 ‘뇌물사범’ 낙인을 찍으려 기소를 감행했다. 기가 막히고 검찰의 행태에 가슴 깊은 곳에서 분노가 치민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