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총장 직무대행으로 ‘한명숙 수사팀의 증인 위증교사 의혹’을 무혐의 처리했던 조남관 법무연수원장은 15일 ‘당시 무혐의 처리 과정이 절차적 정의를 침해했다’는 전날 법무부의 감찰 결과 발표를 정면 반박했다. 그는 ‘전임 대검 지휘부의 입장’이란 글을 검찰 내부게시판에 올리고 “사실과 다른 내용들이 포함돼 사실관계를 바로잡고자 한다”며 법무부 발표 내용을 하나하나 짚었다.
조 원장은 “절차적 정의는 오로지 법리와 증거를 따를 때 지켜지는 것이지 어느 한쪽의 주장이나 신념에 의해 실현되는 것이 아니다”라며 사실상 박범계 법무장관을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조 원장의 글은 박 장관이 기자들에게 “감찰 결과는 법무부 감찰관실, 검찰국, 인권국이 넉 달간 진행해 나온 결과물이며 ‘한명숙 구하기’가 아니다”라고 한 지 몇 시간 뒤에 검찰 내부망에 올라왔다. 두 사람 모두 노무현 청와대 민정수석실 출신이기도 하다. 박 장관은 법무비서관, 조 원장은 특별감찰반장을 지냈는데 근무 시기가 겹치진 않는다.
조 원장은 지난 3월 윤석열 전 검찰총장 사퇴 직후 대검 차장 신분으로 총장 대행을 맡아 ‘위증 교사 의혹 무혐의'를 최종 결재했다. 이에 대해 전날 박 장관은 “대검은 (무혐의) 처리 과정에서 주임검사를 교체함으로써 결론에 대한 공정성 논란을 자초했다”고 했다. 당시 임은정(현 법무부 감찰담당관) 대검 감찰정책연구관이 주임검사였는데 윤 전 총장이 이를 교체한 게 잘못됐다는 얘기였다.
그러나 조 원장은 “애초 임은정 연구관을 주임검사로 지정한 사실이 없었다”고 반박했다. 그는 “검찰총장이 검찰청법에 따라 배당 지시를 해야 하는데 전임 (윤석열) 검찰총장은 임은정 연구관에게 그러한 지시를 한 바가 없다”며 “임 연구관은 다른 검찰 연구관들처럼 주임검사인 감찰3과장을 보조한 것이었을 뿐”이라고 했다.
박 장관은 또 지난 3월 5일 ‘위증교사 기소 여부’를 논의하는 대검 연구관 회의에 일부 연구관만 참석시킨 것도 ‘절차적 정의’를 훼손했다고 했다. 이에 대해서도 조 원장은 “주임검사인 감찰3과장, 이 사건 검토 및 조사에 관여한 임은정 연구관, 감찰3과 소속 검찰연구관 2명, 사건에 관여한 바 없는 (사법연수원) 35기 연구관들이 함께 범죄 성립 여부를 논의하도록 지시했지만 임은정 연구관은 회의체 참여를 거부했다”며 “할 수 없이 나머지 인원들만으로 장시간 논의를 해 전원일치 ‘혐의 없음’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반박했다.
대검 연구관 회의에서도 ‘무혐의 결론’이 나오자 당시 박 장관은 한동수 감찰부장과 임은정 연구관 의견을 받아들여 대검 부장회의에서 그 사안을 재검토하라는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다. 이에 조 원장은 전국 고검장까지 회의 참석 범위를 넓혔고, 표결에 부친 결과 압도적 다수가 ‘무혐의’에 손을 들었다. 그러자 박 장관은 ‘한명숙 불법정치자금 사건' 수사 과정에 대한 감찰을 지시했다.
조 원장은 본지 통화에서 “‘한명숙 사건'이 가진 비중을 고려하면 (무혐의 결정 과정이) 역사에 잘못 남게 돼서도 안 되기 때문에 사실관계를 정확히 하고자 글을 썼다”며 “오로지 증거나 법리에 따라서만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 제 소박한 의견”이라고 했다. 법무부는 “별도 입장이 없다”고 했다.
한편, 외부인사가 참여한 대검 감찰위원회는 최근 한명숙 수사팀 검사 2명에 대해 각각 무혐의·불문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애초 3년 징계시효가 끝난 사안에 대해 수사팀 징계 청구를 시도한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