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국정원 수사를 통해 반국가단체로 드러난 ‘자주통일 충북동지회’에 ‘친북(親北)’ 성향의 국내 온라인 매체 기사들을 다른 곳에 퍼날라 북한 체제 선전에 적극 활용하라는 지령도 내린 것으로 10일 전해졌다. 또 충북동지회 일당은 수사가 본격화되기에 앞서 적어도 USB 7개와 파일 123개를 파기·훼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정기관 관계자는 “구속영장 청구서를 통해 외부로 알려진 지령문·보고문보다 더 예민한 내용이 담겼을 수 있다”고 했다.

북한이 지목한 국내 온라인 매체 A사는 이달 초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을 위한 청와대 청원 참여를 독려하는 등 사실상 북한의 입장을 대변하는 게시물들을 게재해 왔다. 북한 조선노동당 통일전선부 산하 문화교류국은 작년 11월 5일 충북동지회에 “(A사)에 게재되는 회고록 관련 기사들을 퍼 넘기는 식으로 적절하게 배합하는 등 (김정은 국무위원장) 위대성 선전 방법을 연구할 것”이라는 지령을 보냈다.

올해 2월 10일 보낸 지령문에서는 “선전의 효율을 높이자면 를 비롯한 진보적 언론 매체들에 시기별로 실린 자료들을 정세 환경과 지역 실정에 맞게 잘 편성하여 게재하여야 할 것”이라고 지시했다. 당국은 충북동지회가 A사 기사 총 18건을 북한 체제 선전에 활용했다고 구속영장 청구서에 적시했다. 본지 취재에 따르면 A사 운영에 관여한 인사 중에는 2013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유죄가 확정된 사람도 있었다.

한편, 충북동지회 일당은 지난 5월말 수사 당국이 압수 수색을 실시하기 직전에 조직적이고 광범위한 증거 인멸 및 은닉 활동을 벌인 혐의도 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 당국은 이들이 파기·훼손한 파일들을 복구하고 있는데 일부 USB는 물리적인 파손 정도가 심해 내용 확인이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2018년 4월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충북동지회 조직원과 북측 공작원이 만나는 장소와 관련한 내용이 담긴 이메일에 대해서도 삭제를 시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정원은 일당이 일부 증거물을 알려지지 않은 ‘제3 지대’에 숨겼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추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