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이 2월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에 관한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30년 넘게 환경부 소속 공무원으로 근무했으나 ‘환경부 낙하산 인사’로 인해 임원 공모절차에 탈락하고 정신적 고통을 겪다 극단적 선택을 한 공무원에게 법원이 유족급여를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재판장 김국현)는 A씨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유족급여 등 부지급 처분을 취소해달라”고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20일 밝혔다.

30년 넘게 환경부 소속 공무원이었던 A씨는 지난 2018년 5월 환경부 산하 H기술원 상임이사 직위인 본부장 공모에 지원했다. 기술원 임원추천위원회는 서류심사와 면접을 거쳐 A씨 등 3명을 최종 후보자로 추천했다.

이 3인 중 김은경 당시 환경부 장관 추천을 받은 환경컨설팅업체 대표 B씨가 청와대 인사검증에서 탈락했다. 이에 A씨는 최종 2인에 올랐다.

그런데 2018년 7월23일 한 간부회의에서 “상임이사 직위에 외부 전문가를 영입하는 것이 목적으로, 원내에 충족하는 사람이 없어 다시 임용 절차를 추진할 계획”이라는 얘기가 나왔다. 이 얘기를 들은 A씨는 자신의 수첩에 신변을 비관하는 글을 기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A씨는 상임이사가 아니라 본래 근무지로 사실상 좌천되는 인사 조치가 검토되자 인사팀장에 강한 거부감을 나타낸 뒤 유서를 남기고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근로복지공단은 “공모 과정에서 탈락에 따른 충격과 고통은 어느 정도 감내해야 할 부분으로 고인의 사망에는 업무상 요인보다 성격 등 개인적 요인이 상당 부분 작용했다”며 업무상 재해를 인정하지 않았다. 이에 A씨 배우자는 근로복지공단의 처분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A씨가 지원한 심사절차가 공정하게 진행됐다고 보기 어렵고, 채용 불발과 좌천성 인사까지 예상되자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며 해당 처분이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이어 “환경부 장관이 내정한 추천자 B씨가 청와대 인사 검증에서 탈락하자 H기술원 내부에서 A씨를 임명하자고 건의됐음에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당시인 2018년 10월 이전 A씨가 정신과 진료를 받거나 정신질환을 앓았다고 볼 자료는 없다”며 “A씨를 진료한 정신과 전문의는 승진 좌절 등이 A씨에게 업무적 스트레스로 작용했을 수 있다고 회신했다”며 판단 근거를 밝혔다.

김 전 장관은 B씨를 임명하기 위해 후보자 추천 절차를 형해화 해 서류심사 및 면접심사 업무를 방해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징역 2년6개월을 선고받았다. 다음 달 24일 항소심 선고가 예정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