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산하기관 임원에 청와대 등이 원하는 인사를 임명하기 위해 일괄 사표를 받고 공모 절차도 위법하게 진행했다는 이른바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과 관련, 당시 공모에 지원했다가 탈락한 후 극단적 선택을 한 사람에 대해 법원이 업무상 재해를 인정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재판장 김국현)는 한국환경산업기술원(기술원) 단장을 지낸 A씨의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유족급여 등을 지급해달라고 낸 소송에서 유족 승소 판결을 했다고 20일 밝혔다. A씨는 2018년 4월 기술원의 환경기술본부장 공모에 지원해 최종 후보 3인에 포함됐다. 하지만 김은경 당시 환경부 장관이 내정했다는 인사가 청와대 검증에서 탈락했고 공모는 중단됐다. A씨는 좌천성 인사까지 예상되던 상황에서 2018년 12월 “자괴감, 모멸감, 자책감이 어우러져 정신건강 체계를 피폐하게 만든 것 같다”는 유서를 남기고 극단적 선택을 했다고 한다.
근로복지공단은 ‘공모에서 탈락한 충격은 A씨가 감내할 부분’이라며 업무상 재해를 인정하지 않았지만, 법원은 “고인이 지원한 본부장 심사 절차가 공정하게 진행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유족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환경부 장관이던 김은경은 기술원에 자신이 내정한 추천자를 임명하려 서류·면접심사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2년6개월을 선고받고 항소심 진행 중”이라고도 했다. 김 전 장관과 함께 기소된 신미숙 전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은 1심에서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