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일 전 대법관/조선일보DB

성남 대장동 개발 사업 시행사인 ‘화천대유자산관리’ 고문을 맡았던 권순일 전 대법관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권 전 대법관이 화천대유에서 했던 역할을 놓고 본인과 화천대유 대표 말이 엇갈리기 때문이다.

또 고문료가 월 1500만원이라는 게 알려지면서, 정치권과 법조계 일각에선 “권 전 대법관이 대법관 재직 때 이재명 경기지사의 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해 무죄 취지 파기 환송을 주도했던 것에 대한 ‘보은’ 차원이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했다.

권 전 대법관은 지난 16일 본지 통화에서 “(화천대유 사무실은) 한 번도 가본 적 없고 이성문 (화천대유) 대표가 가끔 와서 회사 돌아가는 이야기를 했다”며 자신은 크게 관여한 게 없었다는 취지로 해명했다. 그러면서 “계약 때문에 보수는 공개할 수 없다”고 했다. 다른 언론에는 “전화 자문 정도만 받았다”는 해명도 했다.

그런데 화천대유의 이성문 대표는 지난 20~21일 언론 인터뷰에서 매달 1500만원을 지급했다고 하면서 “권 전 대법관이 자문료에 상응하는 일을 했다. 대장지구 북측 송전탑 지하화 문제를 해결하려 모신 것”이라고 했다. 그는 “권 전 대법관 사무실로 네 번 찾아갔다”며 “권 전 대법관과 박영수 전 특검은 사회적 크레디트(지위)를 감안해 연봉으로 2억원 정도 드린 것”이라고도 했다.

하지만 이 해명도 석연치 않다는 지적이다. 본지 취재에 따르면 화천대유는 작년 11월 권 전 대법관을 영입하기 직전 강찬우 전 수원지검장을 고문에서 해촉(解囑)하면서 “사업이 거의 마무리돼 자문 수요가 적어졌다”는 식으로 설명했다고 한다. 자문할 일이 적어서 전임자를 물러나게 해 놓고 대법관 출신을 다시 거액에 영입한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 법조인은 “화천대유 해명과 달리 권 전 대법관이 별다른 역할을 하지 않고 그런 거액을 받았다면 ‘사후 수뢰’를 의심받을 수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