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9일 오전 검찰이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의 자택을 압수수색하는 장면을 포착한 CCTV 화면. /TV조선 캡처

검찰이 성남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의 핵심 인물로 꼽히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의 자택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유 전 본부장이 휴대전화를 창밖으로 던져 증거물로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30일 알려졌다. 대장동 사업을 주도한 유 전 본부장의 휴대전화는 화천대유자산관리 관련 인물들의 수익 배분과 비리 등을 밝히는데 있어 핵심적인 증거다. 검찰의 허술한 대비로 결정적인 수사 단서를 놓쳤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날 검찰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소속 수사관들은 지난 29일 오전 8시쯤 유 전 본부장 자택에 도착해 초인종을 눌렀다. 약 20분 뒤 현관문이 열렸고 검찰 수사관들이 집 안으로 들어갔다. 유 전 본부장은 이때 창문을 열고 본인의 휴대전화를 밖으로 던진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관들은 휴대전화를 발견하지 못하자 사다리를 이용해 방 천장을 살피기도 했지만 찾지 못했다. 그러다가 뒤늦게 휴대전화를 밖으로 던졌다는 사실을 깨닫고 건물 밖으로 나와 인근 도로를 수색했지만 끝내 찾지 못했다고 한다. 유 전 본부장 자택 건물 관계자는 “수사관들이 ‘휴대전화를 다른 사람이 주워갔다’고 했다”라고 취재진에 전하기도 했다. 검찰 관계자는 “(누가 가져갔는지 여부는) 확인해 줄 수 없다”고 했다.

유 전 본부장은 성남 대장동 개발의 사업자 선정과 수익 배분 구조 등 기본적인 사업계획 수립을 주도한 인물이다. 검찰이 이미 다른 핵심 인물인 ‘천화동인 5호 소유주’ 정영학 회계사의 녹취록을 확보했기 때문에, 유 전 본부장의 휴대전화는 관련 의혹을 밝히기 위한 결정적인 증거물이 될 수 있다.

법조계 안팎에선 검찰의 허술한 대비로 핵심 증거를 놓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정인의 휴대전화는 그 인물의 일거수일투족을 잡아낼 수 있는 핵심 증거라 가장 중요한 압수수색 대상인데, 그 정도의 돌발 행동도 막지 못했다는 건 ‘압수수색의 ABC’도 몰랐다는 것이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가장 중요한 압수 대상을 놓친 것으로 변명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날 유 전 본부장 자택 외에도 그가 정모 전 성남도공 투자사업팀장과 같이 설립한 것으로 알려진 유원홀딩스 사무실도 압수수색했지만, 사무실이 이미 비어 있는 상태라 관련 자료를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