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발 사주’ 의혹을 수사 중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손준성 검사에게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하고 이틀 뒤 그 사실을 통보해 논란이 되는 가운데, 공수처 검사가 뒤늦게 손 검사에게 “팀의 방침이라 어쩔 수 없었다”는 취지로 해명했다는 주장이 27일 제기됐다. 법조계에서는 “수사팀에게 피의자 방어권을 침해하는 ‘방침’을 내린 윗선이 누구인지 밝혀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손 검사 측에 따르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이 열리기 직전인 26일 오전 9시20분쯤 공수처는 정부과천청사의 공수처 사무실에서 손 검사에 대한 구인 영장을 집행했다. 손 검사를 실질심사가 열리는 서울중앙지법으로 데려가는 절차였다.
이 과정에서 공수처 수사팀 소속 검사가 손 검사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바로 알려주지 못해 미안하다. 팀의 방침이라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공수처는 27일 오전 이러한 내용이 보도되자 이날 오후 1시28분쯤 본지 기자와 통화에서 “틀린 얘기이며 오보 대응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자 손 검사 측은 1시간 뒤 입장문을 내고 “26일 오전 9시20분 전후 공수처 모 검사가 손준성 검사에 대한 구인장 집행 시 ‘구속영장청구하고 바로 알려주지 못해 미안하다. 팀의 방침이라 나도 어쩔 수 없었다’는 취지로 손 검사와 변호인에게 말한 사실이 있다”고 밝혔다.
법조계에서는 “손 검사 측 주장이 사실이라면, 피의자 방어권을 고의로 빼앗은 것”이라는 얘기가 나왔다. 공수처는 손 검사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을 23일 청구했다. 일반적으로 수사기관의 피의자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하면 이를 곧바로 당사자에게 통보한다.
그러나 공수처는 영장실질심사를 하루 앞둔 25일 오후 2시1분 언론에 손 검사 영장 청구 사실을 먼저 알렸고, 손 검사 측에는 이보다 늦은 오후 2시3분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전에 있던 손 검사 측 변호인은 이날 오후 6시쯤 서울 서초구에 있는 서울중앙지법에 도착해 구속영장청구서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공수처는 23일부터 영장실질심사를 대비한 PPT 자료 등을 준비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수처가 손 검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23일 자정을 갓 넘은 시간 법원에 접수한 것을 두고도 뒷말이 나오고 있다. 법조인들은 “왜 하필 그 시간에 영장을 청구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중앙대 법대 출신인 중앙지법 이세창 영장전담판사는 26일 영장실질심사를 진행한 뒤 “피의자가 증거를 인멸하거나 도망할 우려가 없고, 구속 필요성 및 상당성이 부족하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공수처는 이날 오후 4시21분쯤 입장문을 내고 “피의자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채 청구된 사전영장에 대해 법원이 구인장도 발부하지 않고 영장심사기일도 언제로 정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출석에 계속 불응하는 피의자 측에 청구 사실부터 통보하기 어려웠다”며 “결국 법원이 구인장을 발부한 25일 즉시 통보 조치했다”고 했다.
이어 “공수처 검사는 26일 오전 손 검사 측이 항의하자 ‘구인장이 발부되고 통보한 것이다’고 답했을 뿐, ‘상부지침으로 늦게 통보했다’거나 ‘미안하다’와 같은 말은 하지 않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