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발 사주 의혹’의 핵심으로 지목된 손준성 검사의 구속영장 기각을 계기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을 앞두고 특정 후보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손 검사 구속영장 청구를 밀어붙인 이유가 석연치 않을뿐더러 구속 영장을 받으려고 여러 ‘꼼수’를 부린 정황이 드러났다는 것이다.
공수처는 ‘검찰권 견제’를 위해 문재인 정권이 올해 1월 출범시킨 고위 공직자 전담 수사 기구다. 청와대 입김을 벗어날 순 없지만 명목상으로는 독립 수사 기구로 작동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도 갖췄다. 하지만 불과 9개월 만에 “수사의 A B C도 모른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한 법조인은 “공수처의 정치 편향성은 검찰보다 더한 것 같다”며 “수사 능력 역시 공수처가 갖는 권한과 위상을 감안하면 함량 미달”이라고 했다.
지난 3월 김진욱 공수처장은 ‘김학의 전 차관 불법 출금 수사’를 무마한 혐의를 받던 이성윤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을 휴일에 공수처 관용차에 태워 청사로 들인 뒤 면담했다가 ‘황제 조사’ 비판을 자초했다. “공수처장이 정권의 실세 검사를 모셨다”는 말까지 나왔다. 당시 김 처장은 “인권 친화적 수사를 위해 (이 지검장의) 면담 신청을 받아들인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손준성 검사에게 왜 다른 잣대를 적용했느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공수처는 지난 20일 손 검사에 대해 체포영장을 청구해 놓은 상태에서 다음 날 손 검사 측에 “대선 후보 경선 일정 등을 고려해 조속한 출석 조사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 정당한 이유 없이 불응하면 강제 수사를 하겠다”는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법조인들은 “체포도 강제 수사인데 피의자를 속인 것 아니냐”고 했다.
체포영장이 기각되자 공수처는 손 검사 조사 없이 23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는데 영장실질심사 전날(25일) 오후에야 이를 손 검사 측에 통보했다. 방어권 침해 논란에 대해 송두환 국가인권위원장도 27일 국감에서 “법조인으로서 찬성할 만한, 적절하게 진행된 건 아닌 것 같다”고 했다. 전날엔 대한변협이 성명을 내고 “규칙과 규율을 무시한 기본권 침해 행위”라고 비판했다. 결국 26일 손 검사 구속영장은 앞서 청구된 체포영장처럼 기각됐다. 공수처는 “아쉽다”는 입장을 내면서도 ‘방어권 침해’ 비판에는 “손 검사가 소환을 자꾸 미뤘기 때문”이라며 책임을 미뤘다.
손 검사는 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공수처 검사에게 “수사팀 한 검사한테 ‘(영장을) 청구하고 바로 알려주지 못해 미안하다. 팀 방침이라 어쩔 수 없었다’는 취지의 말을 들었다”고 27일 밝혔다. 이 또한 논란이 되자 공수처는 “영장 심사를 연기해 달라는 요청에 대한 공수처 입장을 밝힌 것”이라며 부인했다.
수사 대상자가 누구냐에 따라 공수처 처리 방향이 다른 사례는 이뿐 아니다. 또 ‘김학의 전 차관 별장 성 접대 의혹’을 재조사하는 과정에서 ‘건설업자 윤중천씨 면담 보고서’를 허위·왜곡한 혐의를 받은 이규원 검사 사건은 지난 3월 검찰에서 넘겨받은 이후 6개월 넘게 뭉개고 있다. ‘고발 사주’ 의혹을 언론에 제보한 조성은씨 배후에 박지원 국정원이 있었다는 이른바 ‘제보 사주’ 사건은 ‘고발 사주’와 달리 고발인 조사만 진행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