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청사 앞에는 근조(謹弔) 화환 200여 개가 들어차 있었다. 대검 청사 인근 서초경찰서 입구부터 대검 청사를 지나 대법원 정문까지 이르는 길이 250m의 인도를 근조 화환 191개가 꽉 채웠다. 대검 앞 인도에는 더 이상 자리가 없어 근조 화환 20개는 건너편 서울중앙지검 청사 정문에 놓였다. 지난 1일 첫 설치 때만 해도 90여 개였는데 한 주 만에 배 이상 불어났다.
근조 화환은 대부분 ‘대장동 개발 사업 특혜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를 비판하고 특별검사 도입을 촉구하는 내용이다. 김오수 검찰총장 지시에 따라 지난 9월 29일 출범한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이 ‘윗선’에 대한 수사를 하지 못해 공정성을 잃었다는 것이다. 근조 화환에는 ‘특검이 국민의 명령이다’ ‘대장동 비리 오수(汚水)로 덮겠다네 꿈 깨라’ ‘오수야 낮잠이나 자라 대장동 비리 특검이 밝힌다’ ‘고개 숙인 검찰, 화천대유 주인이 무섭나’ 등의 내용이 적혀 있다. 이재명 전 경기지사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의 대법원 무죄판결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권순일 전 대법관을 비판하는 문구도 종종 보였다. 그는 퇴임 이후 대장동 사업 시행사 화천대유에서 고문으로 활동하며 매달 고문료 1500만원을 지급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근조 화환은 한 보수 단체가 오는 27일까지 경찰에 ‘근조화환 전시’ 목적으로 집회 신고를 내고 설치한 것이다. 시민들이 자비로 구입한 근조 화환을 배달 업체를 통해 보내오면 이 단체가 대신 관리를 해준다고 한다. 이 단체는 작년 10월엔 대검 앞에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을 응원하는 화환을 설치하기도 했다. 이 단체 관계자는 “‘윤석열 응원 화환’은 355개 설치했는데 이번 ‘정치 검찰 규탄 근조 화환’은 최대 400개까지 마련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