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대검, 공수처 등 5개 기관에서 진행 중인 윤석열 전 총장 관련 감찰 및 조사는 최소 8건이다. 대부분 사건 당사자의 진정 또는 여권의 주문이 반영된 것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작년부터 서울중앙지검이 윤 전 총장의 아내, 측근을 겨냥해 진행해 왔던 수사까지 포함하면 대상은 12건으로 늘어난다. 법조계에서는 “조국 사건, 월성 원전 사건 등 이미 재판 단계로 접어들어 결과를 지켜봐야 할 사건에 대해 여권이 뒤집기를 시도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9일 법무부는 ‘조국 수사팀’에 대한 진정 사건을 대검 감찰부에 이첩했다. 조국 전 장관 부부의 자산관리인이었던 김경록씨의 진정서가 기반이 됐다. 김씨는 “조국 전 법무장관 자녀 입시 비리 수사 당시 검사가 ‘수사에 협조를 하라’는 식으로 회유와 협박을 했다”고 주장했다. 법무부는 이를 수사 기능이 있는 대검 감찰부에 넘긴 것이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사실상 수사를 하라는 지시”라고 했다. 김경록씨는 정 전 교수의 지시로 입시 비리 사건 등에 대한 증거가 담긴 정 전 교수 컴퓨터를 숨겨준 혐의로 지난 7월 대법원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서울고검도 다른 사유로 조국 수사팀에 대한 감찰을 벌이고 있다. 지난 9월 대검 감찰부에 ‘조 전 장관 일가 사모펀드 수사팀이 사모펀드 실질적 운용사에 대한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진정이 들어왔는데, 이를 감찰하라며 서울고검에 넘겼다. 조국 사건의 두 축인 ‘입시 비리’와 ‘사모펀드’ 수사가 감찰 대상이 된 상황이다.

울산지검은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과 관련한 진정을 접수해 수사에 나섰다. 2016년 당시 울산지검 검사가 김기현 울산시장 관련 제보를 접수하고도 제대로 처리하지 않았다는 내용이라고 한다. 그러나 현재 법원에서 ‘2018년 청와대의 하명(下命)으로 경찰이 김 시장에 대한 수사를 했다’는 의혹과 관련된 재판이 진행 중이다. 한 법조인은 “검찰이 사전에 김 시장 의혹을 알면서도 덮었다는 점을 밝혀 ‘청와대 하명 수사’ 프레임을 깨기 위한 수사로 보인다”고 했다. 조사 대상이 된 현직 검사는 ‘조국 사건’ 수사에도 참여했다.

지난달 말 대검 감찰부는 ‘월성원전 고발 사주 의혹’에 대한 감찰 건을 법무부로부터 넘겨받았다. 이는 여권의 의혹 제기에서 시작됐다.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검찰이 월성원전 관련 고발을 야당에 사주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후 박범계 법무장관은 “의혹을 조사 중”이라고 했고 법무부 감찰관실에서 사건 내용을 파악한 뒤 ‘월성원전 고발 사주 의혹을 조사하라’는 공문을 보내 대검 감찰이 시작됐다. 공수처에서 수사 중인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관련된 4건의 수사도 언론을 통한 폭로나 친여 성향 시민단체의 고발장 등을 거친 것이다.

법조계에서는 법무부와 검찰 등에서 현 정권 수사에 대한 의도적인 흠집 내기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법조계 관계자는 “현재까지 선고된 관련 재판 결과는 대부분 유죄였다”면서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수사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는 식으로 깎아내리려는 의도”라고 했다. 정경심 전 교수는 지난 8월 항소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상고심 진행 중이다. 사모펀드 의혹과 관련된 조 전 장관의 5촌 조카 조범동씨는 지난 6월 대법원에서 징역 4년이 확정됐다. 월성원전 사건은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이 직권남용 혐의 등으로 기소돼 재판이 이제 막 시작된 상태다. 울산 시장 선거 개입 사건은 우리법연구회 출신 판사가 재판을 1년 10개월 동안 끌다 이달 15일에서야 본(本)재판이 시작된다.

철저히 비밀에 부쳐져야 할 감찰 내용이 언론 등을 통해 흘러나오고 있는 것도 전례가 없다는 지적이다. 일반적으로 법무부나 검찰은 감찰 내용은 물론 착수한 사실조차 비밀로 하고 확인해주지 않는다. 그런데 최근 ‘정권 수사팀’에 대한 감찰은 법무부·검찰이 이를 기정사실화하면서 사실상 공개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대검 감찰부 출신 한 변호사는 “감찰에 착수했다는 사실이 언론에 알려진 것 자체가 의도가 있는 것으로 비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