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전 장관을 수사한 검찰 수사팀이 조 전 장관 부부의 자산관리인 김경록씨가 검찰이 위치를 알 수 없었던 하드디스크 등을 임의제출하는 등으로 수사에 협조했다고 밝혔다. 수사팀이 회유·압박했다는 김씨 진정 내용을 법무부가 대검 감찰에 넘겨 감찰 대상으로 삼은 가운데 이 내용을 우회적으로 반박한 것이다.
1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1-1부(재판장 마성영·김상연·장용범)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검찰은 동양대 PC 및 자택 PC등 핵심 증거의 확보 과정에 문제가 없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조 전 장관 부부의 자산관리인인 김씨는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의 지시로 입시 비리 사건 등에 대한 증거가 담긴 정 교수 컴퓨터를 숨겨 주고 자택 하드디스크를 교체해 주는 등의 혐의로 지난 7월 대법원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확정됐다. 조 전 장관 변호인은 이날 재판에서 김씨가 이달 말 검찰 수사과정의 문제점을 담은 책을 출간할 예정이라며 김씨의 증거 제출 과정이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증거로 제출된 조서에서 보듯, 김씨는 시종일관 수사기관에 하드디스크 등 자신이 보관하던 증거자료를 먼저 임의로 제출했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이는 정 교수에 대한 재판에서도 마찬가지였다고 했다.
검찰은 “김씨가 법정에서 ‘검찰로서는 전혀 위치를 알 수 없었던 하드디스크 보관 장소인 헬스장 등을 알려주고 임의제출했다’고 증언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들 조서와 유죄 확정 후 피고인들의 자산관리인이 쓴 책 중 어떤 것이 증거로서 신빙성이 있을지는 더 이상 언급할 가치가 없다”고 했다.
법무부는 지난 9일 ‘조국 수사팀’에 대한 진정 사건을 수사 기능이 있는 대검 감찰부에 이첩했다. “입시비리 수사 당시 검사가 ‘수사에 협조를 하라’’는 식으로 회유와 협박을 했다”는 김씨 주장을 바탕으로 한 것이다. 이런 가운데 수사팀이 김씨 조서를 통해 우회적으로 반박한 것이다. 김씨가 수사과정에서 검찰이 그 위치를 알 수도 없었던 증거물을 자발적으로 제출했고 이런 사실을 법정에서 진술한 만큼 수사과정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선서 후 이뤄지는 법정 증언을 담은 조서는 재판에서 ‘절대적 증명력’을 갖는 만큼, 김씨 저서와 그 신빙성을 비교할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먼지쌓인 채 고장난 동양대 PC, 제출한 조교 “갑자기 뻑이 나갔다”
한편 검찰은 이날 ‘정보 주체인 정 전 교수 동의 없이 직원 김모씨로부터 PC를 제출받은 것은 위법하다’는 변호인 주장에 대해서도 “PC가 먼지쌓인 채 고장나 있어 사용자 특정도 어려운 상태”라고 반박했다.
검찰은 PC가 있던 동양대 교수연구실 사진을 제시하며 “제출받은 PC들이 먼지가 쌓인 채 청소도구와 포개져 있었다”고 했다. 해당 컴퓨터는 2019년 3월부터 조교로 근무한 김씨가 전임자로부터 인계받은 것으로, 전임자는 ‘퇴직교수가 두고 간 PC인데 학교에 반납할 거면 하고 쓰려면 쓰라’고 했다고 한다.
검찰은 선별 포렌식 대신 PC를 제출받은 경위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당시 직원 김씨 자리에서 PC를 포렌식하려 했지만 실패했다고 한다. 검찰은 그 이유에 대해 김씨의 법정 증언을 빌려 “갑자기 뻑이 나가서 전원이 나갔다”고 했다.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았던 해당 PC를 구동하던 중 갑자기 컴퓨터가 꺼졌다는 것이다.
검찰은 “김씨와 상급자 정모씨에게 이 같은 사정을 설명했고 이들이 PC제공에 동의했다”며 증거제출에 문제가 없다고 했다.
형사소송법 106조 4항은 정보의 범위를 정해 추출하되, 범위를 정하는 게 불가능한 경우에는 정보저장 매체 자체를 압수할 수 있도록 했다. 방치된 컴퓨터가 고장나 있었던 상황은 이에 해당해 PC 압수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정 전 교수 재판부도 이같이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