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새 청와대 경제수석에 박원주 전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자원실장을 임명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박 수석이 대전지검이 수사한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사건’의 피의자로 입건돼 있기 때문이다.
12일 본지 취재 등을 종합하면, 박 수석은 원전 사건과 관련해 지난 6월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기소된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과 함께 탈원전 작업을 진행했다. 검찰은 백 전 장관 공소장에서 박 수석에 대해 “2017~2018년 산업부 에너지자원실장으로 근무하는 동안 백운규의 직무를 보좌하며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이행 방안 검토, 수립 및 실행 등 관련 실무를 총괄했다”고 밝혔다. 박 수석의 이름은 공소장에 총 16회 등장한다.
공소장에 따르면 박 수석은 2018년 4월 하급자였던 정모 산업부 원전산업정책과장이 전화해 “한국수력원자력 사람들이 (월성 1호기에 대해) 자꾸 경제성이 있다고 얘기한다”고 하자 “그 사람들은 왜 자꾸 경제성이 있다고 말을 하느냐. 원전을 제대로 못 돌리면 어차피 경제성이 없는 것 아니냐”면서 원전 조기 폐쇄를 밀어붙였다.
박 수석은 당시 “한수원이 월성 1호기에 대해 무슨 말을 해도 아무런 의미가 없다. 현 정부에서 월성 1호기가 돌아갈 수 있을 것 같냐”고도 했다. 이때는 외부 용역을 맡은 회계법인이 월성 원전 1호기에 대한 경제성 평가 결과를 내기도 전이었다. 박 수석은 이후 2018년 9월 특허청장으로 영전했다.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아직 박 수석에 대해 수사를 진행하는 상황에서 청와대 경제수석에 임명한 것은 검찰 수사에 부담을 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박 수석의 상급자인 백 전 장관과 하급자인 문모 산업부 원전산업정책관 등 실무진 3명이 검찰에 기소돼 있다. 이 때문에 검찰 안팎에서는 백 전 장관과 함께 월성 원전 폐쇄 지휘 선상에서 핵심 역할을 한 박 수석 역시 추가 기소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청와대는 이날 “박 수석에 대한 기소는 이뤄지지 않았다”며 인선에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전지검은 “계속 수사 중인 사안으로 아직 그에 대해 처분을 내린 것은 없다”고 했다. 검찰은 월성 원전 경제성 평가 용역을 맡았던 공인회계사를 배임 방조 혐의로 이달 초 추가 기소하기도 했다.
대전지검은 백 전 장관을 배임 교사 혐의로 추가 기소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아직 수사가 끝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노정환 대전지검장은 지난 달 국회 국정감사에서 “백 전 장관 배임 교사 기소 의견이 확고하느냐”는 질의에 “그렇다”고 답했다. 대전지검은 지난 6월 백 전 장관을 직권남용 혐의 등으로 기소하면서 배임 교사 혐의도 함께 적용하려 했지만 김오수 검찰총장이 제동을 걸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