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신정훈 기자

1979년 서울 YWCA 강당에서 결혼식으로 위장해 정치집회를 한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았던 고(故) 홍성엽씨가 41년 만에 열린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2부(재판장 윤승은 김대현 하태한)는 계엄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돼 징역 2년을 선고받았던 홍씨의 재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홍씨는 1979년 11월 계엄 포고 후 시위 등 정치적 목적의 단체활동이 금지되자, 결혼식으로 위장해 YWCA 강당에서 집회를 열고 ‘유신철폐’ 등 구호를 외치면서 근처에서 시위한 혐의를 받았다.

당시 유신헌법 따라 구성된 ‘통일주체국민회의’가 이른바 ‘체육관 선거’ 형태의 간접선거로 대통령을 뽑으려 하자 홍씨 등은 집회를 열고 이를 저지하고자 한 것으로 조사됐다. 홍씨는 위장결혼식에서 신랑 역할을 맡기로 하고 청첩장 130여매를 나눠준 것으로 드러났다.

1980년 1월 수경사계엄보통군법회의가 홍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홍씨 항소에 따라 열린 육군고등군법회의 항소심은 징역 2년을 선고했고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됐다.

홍씨의 형은 홍씨 사망 이후인 지난 5월 재심을 청구했고 법원은 지난 8월 재심사유가 있다는 이유로 재심 개시 결정을 했다.

재심 재판부는 “계엄포고는 헌법과 법률에서 정한 발동 요건을 갖추지 못한 채 발령됐으며 표현의 자유, 학문의 자유 등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재판의 전제가 된 계엄포고는 위헌이고 위법한 것으로 무효”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