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윤 황제 조사’ 논란을 빚었던 공수처가 이성윤 서울고검장을 김학의 불법 출금 수사 무마 혐의로 기소했던 수원지검 수사팀에 대해 강제 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23일 알려졌다. 지난 5월 이성윤 고검장 공소장이 유출됐다며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사세행)이 고발한 사건과 관련, 당시 수원지검 수사팀의 메신저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대검 서버를 압수 수색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지난 5월 박범계 법무장관 지시로 이미 대검 감찰부가 진상 조사를 벌였지만 수원지검 수사팀이 ‘이성윤 공소장’을 유출한 흔적을 찾지 못했던 사안이다. 대검 감찰부는 친정권 성향의 한동수 감찰부장이 이끌고 있다. 검찰 안팎에서는 “정권에 부담 주는 수사를 했던 검사들에 대한 보복성 조사와 수사가 반복된다”는 비판이 나왔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공수처는 이성윤 고검장을 직권남용 혐의로 기소했던 수원지검 수사팀 관계자들에게 ‘공소장 유출 의혹 관련 검찰 내부 메신저 사용 내역을 압수 수색할 테니 대검 정보통신과 서버 등에 대한 포렌식(디지털 증거 추출)에 참관하라’고 최근 통보했다. 해당 의혹은 지난 5월 12일 기소된 이성윤 고검장 공소장이 본인에게 전달되기 전에 편집본 형태로 일부 검사들 사이에서 돌았고 그 내용이 언론에 먼저 보도됐다는 내용이다.
박범계 법무장관은 지난 5월 14일 대검에 진상 규명을 지시했고, 대검 감찰 1·3과와 정보통신과 등이 검찰 내부망인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에 접속해 ‘이성윤 공소장’을 검색한 검사와 직원 색출에 나섰다. 당시 법무부는 수원지검 ‘김학의 수사팀’이 공소장을 유출해 이른바 ‘언론 플레이’를 했다는 의심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조사 결과, 공소장 편집본이 돌기 전에 KICS에 접속한 검사 20여 명 중에서 수원지검 수사팀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한다. 그 때문에 진상 조사가 감찰로 전환되지도 못했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앞서 검찰 내부에서는 “김학의 수사팀이 아니라 이성윤 고검장 쪽 검사들이 궁금해서 공소장 내용을 확인한 것 아니냐”는 말도 나왔었다.
법조계에선 이번 공수처 수사 배경에 의문을 제기했다. 사세행은 “성명 불상의 현직 검사가 공소장을 유출한 것으로 의심된다”고 고발했는데도 공수처가 수원지검 수사팀을 겨냥했기 때문이다. 공수처가 이 고발 건을 ‘공제 4호’로 입건한 지 6개월 만이었다.
일각에서는 “김학의 수사팀에 앙금이 있는 공수처가 보복성 수사를 하는 것 같다”는 분석을 제기했다. 공수처는 지난 3월 이성윤 고검장 사건을 수원지검에서 이첩받은 직후 ‘이성윤 관용차 황제 조사’ 논란을 빚어 궁지에 몰렸다. 특히 공수처는 당시 김진욱 공수처장의 제네시스 승용차에 이 고검장을 태워 과천 공수처 청사로 데려간 것에 대해 ‘다른 호송용 차량은 뒷좌석 문이 안 열렸기 때문’이란 취지의 보도자료를 냈는데 이는 거짓으로 드러났다. 김 처장, 여운국 차장, 당시 대변인이 허위 공문서(보도자료) 작성으로 고발돼 대변인이 수원지검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 법조인은 “법원에서 압수 영장이 어떻게 발부됐는지도 의문”이라며 “이 의혹을 먼저 조사한 대검 감찰부를 압수 수색해 관련 자료를 확인하면 될 텐데 김학의 수사팀의 메신저 사용 내역을 들여다보겠다는 것은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했다. 한편, 공수처가 사세행 고발로 입건한 사건은 이 건을 포함해 모두 8건이고 그중 상당수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대상인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공수처가 ‘사세행 고발 사건 수사처’냐”는 지적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