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가 이성윤 서울고검장을 ‘김학의 불법출금 수사무마 혐의’로 기소했던 수원지검 수사팀을 상대로 ‘이성윤 공소장’ 유출 경위에 대한 강제 수사에 뒤늦게 나서자 수사팀은 24일 “표적·보복 수사”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성윤 공소장 유출 의혹’은 지난 5월 12일 이성윤 고검장이 기소될 당시 공소장이 본인에게 전달되기 전에 편집본 형태로 일부 검사들 사이에 유포됐다는 것이다.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처장이 24일 오전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공수처로 출근하고 있다. 2021.11.24. /뉴시스

공수처는 당시 수사팀이 주고받은 메신저 내용 확인을 위해 대검 서버를 압수 수색할 테니 참관하라고 수사팀 검사들에게 통보한 상태다. 이에 대해 수사팀은 이날 오전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올린 입장문에서 “이성윤 고검장 재판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공수처는 ‘공소장 유출’ 논란(고발 접수) 이후 6개월이 지난 시점에 느닷없이 압수 수색을 하겠다고 나섰다”면서 “공소장은 검찰 구성원이면 누구나 열람할 수 있었던 것인데, 유독 수사팀 검사들만 대상으로 압수 수색을 하는 것은 ‘표적 수사’이자, 수사팀이 공수처장 등의 ‘허위 보도 자료 작성 사건’을 수사한 데 대한 ‘보복 수사’로 의심된다”고 밝혔다. 지난 3월까지 수사팀에 파견됐다가 압수 수색 대상이 된 임세진 당시 평택지청 형사2부장은 이프로스에 ‘공수처의 위법한 압수 수색을 강력히 규탄합니다’라는 글을 따로 올렸다.

지난 5월 대검 감찰부는 ‘공소장 유출’ 직후 박범계 법무장관 지시로 조사에 착수, 일부 검사들이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에 접속해 공소장을 검색한 사실을 확인했으나 그중 수원지검 수사팀 소속 검사는 없었던 것으로 드러난 바 있다. ‘김학의 불법출금 사건 수사팀’이 반발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또한 지난 3월 공수처장 관용차에 태워 이 고검장을 공수처 청사에 출입시킨 ‘황제 조사’ 논란과 관련, 수원지검이 ‘공수처가 허위 해명 보도 자료를 작성했다’는 고발 사건을 수사한 것도 수사팀이 제기한 ‘보복 수사’ 주장의 배경이다.

이에 대해 공수처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압수 수색은 법원이 발부한 영장에 의해 적법하게 이뤄져야 하고, ‘보복 수사’ 운운은 근거 없는 것으로 공수처 명예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밝혀 수사팀과 공수처가 정면 충돌하는 양상을 보였다.

이번 압수 수색 대상에 이 고검장 기소 2개월 전인 지난 3월 박 장관이 파견 기간 연장을 불허해 소속청으로 복귀했던 임세진 부장검사와 김경목 부산지검 검사가 포함된 것도 논란이다. 임 부장검사는 이날 이프로스에 올린 글에서 “공수처 부장검사로부터 ‘참고인 신분으로 압수 수색에 참여하라’는 통보를 들었을 때, ‘이성윤 검사장 기소일에는 평택지청으로 복귀해서 수사팀에 속해 있지 않다는 건 아시죠?’라고 물었는데 한참 대답을 못 하더니 ‘수사보고서로 남겨놓겠습니다’라고 했다”고 밝혔다. 그의 글에는 ‘수사팀 파견이 연장 안 돼 복귀했는데, 수사팀으로서 압수 수색은 받으라니. 웃픈 현실’이라는 댓글이 달렸다.

임 부장검사는 또 “이성윤 검사장 기소일에 저와 김경목 검사가 수사팀에 속해 있다는 내용의 수사 기록으로 압수 수색 영장을 청구하고 법원으로부터 영장을 받았다면 이는 법원을 기망해 받은 것으로 위법한 압수 수색이 명백하다”고 했다. 수사팀은 공수처 수사 기록을 확인한 뒤 사실로 드러날 경우, 허위공문서작성 및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고발과 손해배상 청구 등 법적 조치를 할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검사들도 공수처 비판에 가세했다. 당시 수원지검 공보담당이었던 강수산나 부장검사는 이프로스 글에서 “특정 사건 수사와 재판에 관여했다는 이유로 감찰, 수사로 이어지는 괴롭힘을 당한다면 향후 사명감과 소신을 갖고 일할 수 있는 검사가 얼마나 남겠냐”고 했다. 그는 공수처를 향해 “검사는 시장에서 물건 고르듯 마음에 드는 사건을 골라서 수사하고 재판에 임하는 것이 아니다”라고도 했다.

이날 공수처는 “밀행성이 담보되어야 하는 압수 수색 내용이 사전에 언론에 공개된 것은 유감”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 검사는 “압수 수색을 대상자에게 사전에 통보해 밀행성을 깬 것은 정작 공수처”라고 했다. 또 다른 검사는 “공소장 작성·검토에 관여한 검사가 모두 압수 수색 대상이라면 지난 5월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으로 수사를 지휘했던 신성식 현 수원지검장은 왜 제외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한편, 수원지검이 수사했던 공수처의 ‘허위 보도 자료 작성 의혹’은 수사팀이 해체되면서 안양지청으로 이첩된 뒤 거의 진전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