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운하 전 울산경찰청장(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1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청와대 하명수사 및 선거개입 의혹 13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뉴시스

황운하 전 울산경찰청장(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2017년 김기현 당시 울산시장(현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가족이 연루된 비리 의혹에 대해 수사를 지시했다는 현직 경찰관의 증언이 나왔다. 이 의혹은 당시 담당 경찰관도 파악하지 못하던 내용으로, 황 전 청장이 청와대가 전달한 범죄 첩보를 이용했다는 정황으로 볼 수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3부(재판장 장용범)는 6일 황 전 청장, 송철호 울산시장,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등에 대한 1심 재판을 열었다. 이 사건은 청와대와 정부 부처가 2018년 지방선거 당시 문재인 대통령의 30년 지기(知己)인 송 시장(당시 민주당 후보)의 당선을 돕기 위해 그의 공약을 짜주고, 그와 맞설 야당 후보를 수사하라고 경찰에 지시를 내렸다는 내용이다.

이날 재판에는 지난 2014~2017년 울산경찰청 수사과에서 근무한 현직 경찰관인 A 경위가 증인으로 나왔다.

A 경위는 이날 재판에서 이른바 ‘30억 각서 의혹’에 대해 증언했다. 이 의혹은 당시 김 전 시장의 동생이 건설업자에게 인허가 특혜를 약속하는 대가로 30억원을 받기로 하는 각서를 썼다는 내용으로, 검찰에서 사실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며 불기소 처분을 내린 사건이다.

A 경위의 증언에 따르면, 2017년 9월경 당시 관련 사건을 수사했던 자신도 ‘30억 각서’의 존재에 대해 몰랐는데 황 전 청장이 이 사실을 알고 수사를 지시했다고 한다. 검찰이 “황 전 청장이 ‘30억 각서’ 자료가 있다는 사실을 어떻게 안 것이냐”고 묻자 A경위는 “저희도 모르는 각서를 청장님이 어떻게 알았는지 저도 신기하다”며 “청장님이 알게 된 경위는 알지 못한다”고 대답했다.

검찰은 당시 문해주 전 청와대 행정관이 ‘30억 각서 의혹’ 등 김 전 시장과 관련한 확인되지 않은 의혹을 토대로 첩보서를 작성했으며, 황 전 청장이 이를 근거로 관련 수사를 지시한 것으로 보고 있다.

수사팀은 이후 관련 사건을 무혐의 의견으로 적은 보고서를 황 전 청장에게 보고했다. 보고 후 별다른 말을 하지 않던 황 전 청장이 2017년 10월10일 수사팀을 불러 “수사의지가 없다” “사실관계를 제대로 파악하지 않았다”며 1시간30분 가량 질책했다고 했다.

A경위는 “청장이 담당수사관을 직접 불러 사건을 이야기하는 것은 경찰 생활을 하며 처음이었다”면서 “한 수사관은 그날 집에 가서 저녁도 못 먹을 정도였고 저도 뭔가 잘못됐구나 싶었다”고 말했다.

A경위는 황 전 청장의 질책이 있은 후 인사조치가 있겠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고, 실제로 자신을 비롯한 수사팀은 그해 10월 좌천성 인사발령을 받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