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가 통신 자료 조회를 남발해 온 사실이 13일 추가로 드러나면서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공수처는 ‘조국 흑서’ 저자 김경율 회계사, TV조선 기자 6명 외에도 문화일보 기자 3명, 민변 출신 변호사에 대한 통신 자료도 조회한 것으로 이날 전해졌다. 통신 자료 조회는 수사기관이 통신사에 특정 휴대전화 번호에 대한 정보를 요구해 가입자 이름, 주민등록번호, 주소 등의 개인정보를 넘겨받는 것을 의미한다.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처장이 지난 9일 오전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공수처로 출근하고 있다 /뉴시스

문화일보에 따르면, 공수처는 지난 8월과 10월 문화일보 사회부 법조팀 취재기자 3명에 대해 8회에 걸쳐 통신 자료 조회를 했다. 또 법조계에 따르면, 시점은 확인되지 않았으나 민변 사무차장을 지낸 김모 변호사도 통신 자료 조회를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두고 법조·언론계에서는 “언론 및 민간 사찰”이란 비판이 나오고 있다.

파장이 커지자 공수처는 이날 “주요 피의자의 통화 상대방을 확인하는 적법적 절차”라며 “사건 관련성이 없는 수많은 통화 대상자들을 수사 대상에서 제외했는데 이를 ‘언론 사찰’로 규정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했다. 김경율 회계사에 대해선 ‘한 민간 인사’라 지칭하면서 “그 인사가 누구인지 알지도 못하고 관심도 없으며 같은 과정을 거쳐 (수사 대상에서) 배제됐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법조인들은 “공수처가 저인망식 통신 조회를 자인했는데 이는 지금 검찰도 안 쓰는 방법”이라며 “공수처는 특정 기자들에 대한 통신 조회를 왜 반복했는지도 설명 못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공수처는 지난 6월 이른바 ‘이성윤 황제 조사’의 보도 경위를 공수처 수사관이 뒷조사했다는 TV조선 보도가 나온 이후, 6·7·8월과 10월 TV조선 사회부장과 법조팀 기자 등 6명에 대해 15회에 걸쳐 통신 자료 조회를 했다. 그중 모 기자의 경우 6월에 2번, 7월에 1번, 8월에 1번 등 4번에 걸쳐 통신 자료 조회를 당했고 3건은 공수처 수사과, 1건은 수사 3부가 조회 주체였다. 일부 다른 기자들도 2~4번에 걸쳐 통신 자료 조회를 당한 걸로 나타났다.

이를 두고 한 법조인은 “공수처 특정 부서에서 통신 조회가 반복적으로 이뤄졌다는 것은 ‘보복성’이 아니라면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라고 했다. 공수처 안팎에서는 “공수처가 경찰로부터 파견받은 경찰 간부 출신 수사관이 해당 수사를 주도하고 있다”는 말도 나왔다. 공수처는 이날 통신 자료 조회의 근거가 된 사건들이 무엇인지는 밝힐 수 없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법치주의바로세우기행동연대는 이날 “기자들의 통신 자료를 조회한 공수처 수사는 위법하다”며 김진욱 공수처장과 소속 수사관을 직권남용·업무방해 혐의로 대검에 수사 의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