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전 법무장관 부부가 자녀 입시 비리에 관여한 혐의로 기소된 사건을 심리하는 1심 재판부가 위조된 동양대 표창장이 나온 컴퓨터 등을 증거로 채택하지 않기로 했다. 최근 대법원이 수사기관의 압수 수색 허용 범위를 엄격하게 해석한 판례를 들어 결정한 것이다. 이 증거들은 조 전 장관 부부 혐의와 관련한 핵심 증거로, 재판부가 이를 배제할 경우 조 전 장관 부부에게 유리하게 된다. 하지만 검찰은 이 사건은 대법원 판례와는 경우가 다르다고 반발하고 있어 향후 재판 과정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 21-1부(재판장 마성영)는 24일 동양대 강사휴게실 PC와 조 전 장관 자택의 서재 PC, 조 전 장관 아들 PC에서 나온 증거들은 채택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강사휴게실 PC는 동양대 조교가, 서재 PC는 조 전 장관 부부 자산관리이었던 김경록씨가, 아들 PC는 조 전 장관 아들이 검찰에 임의제출했지만, 피의자인 조 전 장관 아내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가 압수 수색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이유다. 대법원이 지난 11월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다른 사람이 피의자 물건을 임의제출할 경우에도, 피의자에게 참여권이 보장되지 않으면 증거로 쓸 수 없다”고 했기 때문에 이들 PC도 증거로 쓸 수 없다는 것이다.
이들 PC는 앞서 정씨가 딸 입시 비리, 사모펀드 불법 투자 혐의 등으로 별도로 기소된 사건의 1·2심 재판부가 모두 증거로 채택했던 것이다. 특히 동양대 PC에는 정씨가 딸 조민씨 입시를 위해 위조한 동양대 총장 표창장 파일 등이 담겨 있다. 서재 PC에는 아들의 입시 비리에 관한 증거가 담겼다. 따라서 이들 PC가 증거에서 배제되면 조 전 장관 부부의 1심은 물론, 이미 2심에서 징역 4년이 선고돼 대법원에 가 있는 정씨의 재판도 흔들릴 수 있다.
검찰은 법원 결정을 납득할 수 없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 사건은 대법원 판례와는 사실관계가 달라 그대로 적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대법원 판결은 신체를 불법 촬영당한 A씨가 자신을 촬영한 B씨에게서 휴대전화 두 대를 빼앗아 검찰에 제출했는데, 전화 주인인 B씨의 압수 수색에 대한 참여권이 보장되지 않아 증거로 쓸 수 없다고 판단한 사안이었다. 반면 동양대 강사휴게실 PC는 사무실에 버려진 PC를 직원이 임의제출한 것이어서 소유자가 분명한 대법 판례와 다르다는 것이다. 특히 정씨가 애초에 PC를 사용하지 않았다고 했기 때문에 이제 와서 그의 참여권을 보장하라는 것은 수사기관에 불가능한 일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했다.
검찰은 서재 PC는 김경록씨가 압수 수색에 참여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김씨가 정씨와 함께 이 PC를 숨긴 혐의로 기소됐기 때문에 그 또한 피의자라는 것이다. 검찰은 “법원 논리대로라면 사건 관련자 모두가 포렌식에 참여해야 한다는 결론”이라며 “부당한 결정”이라고 했다.
한 검찰 관계자는 법원의 ‘의도’를 의심하기도 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과 이번 1심의 증거 배제 결정이 같은 흐름에서 이뤄진 것 아니냐는 것이다. 법조계에서도 “봐주기 의도가 다분히 보인다”는 말이 나왔다. 부장판사 출신 김태규 변호사는 “지금까지 문제 삼지 않던 증거를 전원합의체 판결을 들어 배제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며 “절차 문제를 빌미로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해 주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했다.
법원 일각에서도 결정의 타당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한 고위 법관은 “압수 시점에서 버려진 물건이었다면, 나중에 정씨가 사용한 사실이 확인돼도 소급해서 참여권을 문제 삼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했다. 또 다른 판사는 “압수 수색 참여권은 참여할 ‘기회’를 부여하는 의미인데, 정씨가 자신의 PC 사용을 부인했다면 그 자체로 참여권을 포기한 것”이라고 했다.
한편 조 전 장관 딸 조민씨가 명지병원 레지던트에 지원했지만 불합격한 것으로 24일 확인됐다. 조씨는 지난 8월 부산대 의전원이 입학 취소 결정을 내리고 후속 절차를 진행 중인 가운데 명지병원에 지원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