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수미 경기 성남시장의 수사 자료를 보여주는 대가로 성남시로부터 이권을 챙긴 혐의로 기소된 전직 경찰관에게 징역 8년이 선고됐다.
수원지법 형사11부(재판장 김미경)는 27일 공무상 비밀누설, 수뢰 후 부정처사, 특가법상 알선수재 등의 혐의로 기소된 전직 경찰관 김모씨에게 징역 8년을 선고하고, 7500만원 추징을 명령했다.
성남중원경찰서 소속이던 김씨는 은 시장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수사를 받던 2018년 10월 은 시장 측에 검사 수사 지휘 내용, 주요 참고인 진술 요지, 증거 자료 및 송치 의견 도출 과정 등이 기재된 수사 결과 보고서를 보여준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은 시장은 더불어민주당 성남 중원 지역위원장 재직 당시 기업대표로부터 차량 편의를 받은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었다.
판결문에 따르면 김씨는 수사 기밀을 제공한 대가로 은 시장의 최측근이던 박모(구속 기소) 전 정책보좌관에게 4억5000만원 상당의 터널 가로등 교체 사업을 특정 업체가 맡게 해달라고 청탁해 이를 성사시켰다. 이 업체 측으로부터 알선료 7500여 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도 받고 있다. 그는 또 내연 관계인 성남시 공무원의 6급 팀장 보직을 청탁해 성사시켰다. 김씨는 성남 복정동 하수처리장 지하화 사업과 관련해 특정 업체를 참여시켜 주면 은 시장의 재선 자금 20억원을 주겠다고 은 시장 비서관에게 제시한 혐의도 받고 있다.
재판부는 “은 시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은 수사 결과에 따라 시장의 자격 박탈로까지 이어질 수 있어 공정하고 객관적인 수사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큰 사건이었다”며 “경찰관인 피고인이 공무상 비밀에 해당하는 수사 관련 정보를 피의자 측에 제공하고, 나아가 수사 정보 제공을 빌미로 사익을 취한 것은 결코 용납될 수 없는 행동임이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또 “피고인의 행위로 은 시장 수사의 공정성과 객관성에 대한 국민 신뢰가 무너졌고, 경찰 조직 전체에 대한 불신을 초래하고, 우리 사회의 공정하고 건전한 발전과 성장에 대한 국민적 기대를 무너뜨렸다”며 “수사 과정에서는 검찰의 출석 요구에 불응하는 등 잘못을 진지하게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27일 결심공판에서 김씨에게 징역 8년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검찰 구형량을 그대로 양형에 반영했다. 검찰은 작년 11월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성남시 공무원과 지역 경찰관, 알선 브로커 등이 은밀하게 상호 유착된 구조적·조직적 비리”라고 했다.
검찰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은 시장을 포함해 총 10명을 기소했다. 김씨보다 나중에 기소된 은 시장과 박모 전 정책보좌관에 대한 1심 재판은 진행 중이다. 김씨가 1심에서 징역 8년을 선고받은 것이 은 시장 재판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은 시장은 지난 19일 첫 공판에서 “경찰관의 부정한 청탁과 관련해 보고를 받거나 지시한 적이 없다”며 공소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반면 공범으로 기소된 박모 전 정책보좌관은 공소사실을 인정했다. 또 은 시장 사건 수사팀장을 맡았던 김씨의 상관도 “은 시장 사건을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해달라”는 박모 전 정책보좌관의 부탁을 받고 자신의 건축 사업에 도움이 되는 성남시 공무원의 사무관 승진과 건축 사업 동업자의 도시계획위원 위촉 등을 요구해 성사시킨 혐의로 구속 기소돼 재판받고 있다.
한편 재판부는 이날 터널 가로등 교체 사업 알선 대가로 업체로부터 1억원을 받아 이 중 7500만원을 김씨에게 제공한 혐의로 기소된 성남시 6급 공무원 A씨에게는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하고, 2500만원 추징을 명령했다. 또 김씨와 공모해 복정동 하수처리장 지하화 사업 관련 뇌물 공여 의사 표시 혐의로 기소된 업체 관계자 B씨에게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120시간의 사회봉사 명령을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