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훈련소에 입소한 뒤 정신질환을 겪는 듯 연기해 나흘 만에 귀가 조치된 20대 남성에게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이 남성은 의료기관으로부터 ‘지능 66′의 지적장애에 해당한다는 진단을 받았지만, 실제로는 대학에서 전 과목 A 등급의 성적을 받아 과 수석을 차지하는 등 지적 능력에 문제가 없었다.

의정부지방법원 청사. /의정부지법

의정부지법 형사5단독 박수완 판사는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15일 밝혔다.

A씨는 2015년 육군훈련소에 입소한 뒤 군의관 면담에서 “죽고 싶은 생각이 든다”며 우울증 증상을 호소해 나흘 만에 귀가 조치됐다.

이후 A씨는 약 6개월간 10여 차례 국립건강정신센터에서 진료를 받으면서 매번 “잠이 안 온다” “집에서 나가기 싫고, 의욕이 없다” “아버지의 폭력에서 벗어나고자 군대에 갔는데 귀가 조처돼 좌절감이 생겼다”는 등의 말을 하며 정신질환을 호소했다.

실제로 임상 심리 검사에서도 전체지능이 ‘66′으로 나타나 지적장애에 해당한다는 소견이 나왔다. 결국 A씨는 2016년 경기북부병무지청 신체검사 결과 우울장애 등을 이유로 신체등급 4급 사회복무요원소집 대상 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A씨 주장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아버지와는 친밀한 관계였고, 정신질환을 겪은 이력도 없었다. 대학에서는 1학년 1학기 성적이 평점 4.5점 만점에 4.43점을 받아 과에서 수석을 차지하기도 했다. 고등학교 생활기록부에도 A씨에 대해 준수한 성적에 언어구사 능력이 좋고 통솔력이 있으며 유머 감각이 뛰어나다는 등의 평가가 적혀 있었다.

A씨는 군에서 귀가 조처를 받은 뒤 레스토랑에서 아르바이트하거나 휴대전화 판매를 하는 등 일반인과 다를 바 없는 생활을 해왔던 것으로 조사됐다. 2017년부터 2년 가까이 인터넷 방송 BJ로 활동하기도 했다.

A씨는 주위에 “고의로 병역기피를 해서 공익 판정을 받았다” “현역을 빼는 방법을 알려주겠다” 등의 말도 했다고 한다, 그는 법정에서는 “실제로 정신질환을 앓고 있어 신체등급 4급의 사회복무요원 소집 대상 판정을 받은 것”이라며 혐의를 부인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병역을 피하거나 감면받을 목적으로 속임수를 쓴 사건으로 범행 경위와 방법 등에 비춰 그 죄질이 가볍지 않다”면서도 “향후 군에 입대할 경우 열심히 하겠다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는 점 등을 참작해 형을 정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