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법원이 민노총에서 활동하면서 경찰관을 다치게 한 벌금 전과가 있는 변호사를 재판연구관으로 채용한 것으로 16일 전해졌다. 해당 변호사는 대법원에 올라오는 사건 중에서 노동 관련 사건을 검토해 대법관에게 보고하는 ‘근로조’에서 근무할 예정이라고 한다. 법원 안팎에서는 “대법 재판연구관 구성에도 다양성이 필요하겠지만, 정치 편향성이 우려되는 전과자 출신까지 채용해야 하느냐”는 지적이 나왔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대법원은 지난달 10일 외부 경력직 재판연구관으로 김모(45·연수원 37기) 변호사를 선발했다. 오는 21일부터 출근하는 그의 임기는 1년이고 3년까지 연임할 수 있다.
대법 재판연구관은 각 대법관실에 소속된 전속재판연구관과, 그렇지 않은 공동재판연구관으로 나뉜다. 공동재판연구관은 분야별로 7개 조(組)가 있다. 김 변호사는 그중 노동 사건을 담당하는 ‘근로조’에서 다른 재판연구관 4명과 함께 근무할 예정이다.
재판연구관들은 각 사건의 핵심 쟁점과 판례 등을 분석해 대법관에게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그들이 만드는 자료가 대법관들이 판결을 내리는 데 있어 중요한 근거가 되는 셈이다.
법조계에서는 김 변호사를 두고 “활동 이력을 봤을 때 노동계와 여권에 치우쳐 있다”는 말이 나온다. 김 변호사는 2008년부터 민주노총에 소속돼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에서 법률원장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2018년 7월에는 한 인터넷 언론사에 “대법관이 노동 문제를 전혀 모르거나 관심이 없거나 혹은 적대적으로 보는 이들로 구성됐다”며 노동 관련 대법원 판결을 비판하는 글을 실었다.
지난 2019년 11월 당시 대법원에 계류 중인 이재명 경기지사 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해 변호사 175명이 “항소심 (유죄) 판결은 사실관계 인정의 잘못과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죄를 부당하게 넓게 인정한 잘못이 있다”는 탄원서를 대법원에 냈는데 김 변호사도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양승태 대법원’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이 제기된 2018년 대법원 앞에서 ‘대법원 사법 농단 규탄 법률가 기자회견’을 열고 “양승태 등 핵심 관련자들에 대한 구속 수사 등 강제 수사가 즉각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또한 김 변호사에게는 벌금형 전과도 있다. 2013년 쌍용차 사태 관련 집회에 참석했던 김 변호사는 민변 변호사 3명과 함께 당시 질서 유지선을 치려던 남대문경찰서 경비과장의 팔을 붙들고 20m가량 끌고 가 전치 2주의 상처를 입힌 혐의(불법 체포)로 기소됐고 2020년 대법원은 벌금 150만원을 확정했다. 당시 김 변호사 사건의 주심을 맡았던 대법관은 아직 대법원에서 근무 중이다.
한 현직 부장판사는 “판결문의 잉크도 덜 말랐는데 김 변호사가 자신에게 유죄 판결을 내렸던 대법관에게 결재를 받으러 가는 말도 안 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게 됐다”고 했다. 법조인들은 “누가봐도 정치적 편향성이 우려되고 전과까지 있는 사람을 경력 판사로 임용하는 것은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김 변호사는 이날 본지와 가진 통화에서 자신을 둘러싼 논란과 관련해 “특별히 할 말이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