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욱 공수처장이 지난 10일 오전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내 공수처로 출근하고 있다./뉴스1

최근 고위공직자 범죄수사처(공수처)가 비판적인 보도를 한 기자 4명에 7번의 통신영장을 청구한 것에 대해 수원지검의 ‘이성윤 수사팀’이 “공수처의 보복·표적수사의 일환”이라는 의견을 법원에 냈다. 공수처가 수사팀을 표적으로 보복 수사를 하면서 그 과정에서 공수처법이 정한 수사대상도 아닌 기자들을 상대로 강제수사를 벌였다는 것이다.

수원지검 수사팀은 작년 5월 김학의 전 차관에 대한 불법출금 수사를 막은 혐의로 이성윤 서울고검장을 수사·기소했다. 기소 직후 공소장 내용이 보도되자 공수처는 공소장 유출에 수사팀이 연관돼 있다며 기소 6개월만인 작년 11월 이들의 이메일과 내부 메신저 등을 압수수색했다. 이 과정에서 기소 당시 수사팀이 아니었던 검사들도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돼 논란이 됐고, 수사팀은 지난달 ‘위법한 압수수색을 취소해 달라’며 서울중앙지법에 준항고를 냈다.

◇ “검찰 수사받던 공수처, 검찰에 ‘보복·표적’수사”

수사팀은 24일 중앙지법 준항고 재판부에 낸 총 76쪽의 의견서에서 “공수처의 ‘이성윤 공소장 유출’ 수사의 배경은 이성윤 수사팀에 대한 보복·표적수사”라고 했다. 압수수색이 이뤄진 작년 11월까지 공수처와 이성윤 수사팀 사이에 여러 갈등의 계기들이 있었다는 것이다.

수사팀에 따르면 두 기관간 갈등은 작년 3월부터 시작됐다. ‘검사 범죄 의무이첩’ 조항에 따라 이성윤 당시 서울중앙지검장과 이규원 검사 사건을 검찰로부터 이첩받았던 공수처는 출범 전 수사여건이 되지 않자 3월 12일 사건을 돌려보냈다. 그러면서 ‘기소권은 공수처에 있으니 수사 후 돌려보내라’는 단서를 달았다. 전례없는 ‘기소권유보’ 주장에 수사팀이 공개적으로 반대 의견을 냈고, 양측의 갈등이 본격화됐다.

그 즈음 법무부는 수사팀 5명 중 임세진 부장검사, 김경목 검사에 대한 파견 연장을 불허해 수사팀이 절반으로 쪼그라들었다. 수사팀장인 이정섭 부장검사는 검찰 내부망에 ‘후배들이 다 떠나 통닭 시키면 절반은 남겠다’는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에 김진욱 공수처장이 이 부장검사에게 “통닭은 공수처가 사주겠다”는 조롱성 문자를 보냈다고 한다.

이후 4월초 TV조선이 공수처가 이성윤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을 처장 관용차로 에스코트하는 이른바 ‘이성윤 황제조사’ CCTV를 보도했다. 이 사건은 출범 초기 공수처의 공정성에 큰 흠집을 냈다. 공수처는 이에 대해 ‘2호차는 호송용이라 문이 열리지 않아 1호차(처장 관용차)를 사용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2호차가 호송용이 아닌 일반 승용차로 드러나면서 공수처 대변인이 ‘허위공문서(보도자료)작성’으로 이성윤 수사팀의 수사를 받았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공수처가 해당 CCTV출처를 이성윤 수사팀으로 의심하고 내사를 벌인 것으로 수사팀은 보고 있다. 수사팀의 ‘공무상 기밀누설’을 문제삼아 ‘반격’을 시도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해당 CCTV는 취재기자가 공수처 인근 건물에서 확보한 것이었다.

수사팀은 의견서에서 “공수처는 내사 결과 TV조선 기자들이 직접 해당 민간 업체로부터 CCTV를 복사해 간 사실을 파악하고도 수사팀에 대한 내사를 종결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공수처의 ‘이성윤 공소장 유출’ 수사 또한 보복·표적수사라고 수사팀은 주장한다. 수사팀은 “유출된 공소장은 기소 이후 누군가가 검찰 내부망(이프로스)에 접속해 내용을 내려받아 편집한 형태인데 팀원 누구도 당시 이프로스에 접속한 내역이 없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때문에 대검 감찰부도 수사팀에 대한 전화·PC 조사 등을 하지 않았다. 공수처 수사는 순전히 상상력과 추측에 의한 수사”라고 했다.

◇”기자 통신영장, 공수처가 ‘검찰 취재원’ 확인 위한 것”

취재기자들에 대한 통신영장 또한 공수처가 이들의 취재원으로 수원지검 수사팀을 지목하고 이를 확인하기 위한 차원에서 청구됐다고 수사팀은 보고 있다.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실이 법원행정처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공수처는 작년 6~7월 법조 출입기자 최소 4명을 상대로 통신영장을 7건 청구했다. 이들 중 두 명은 작년 4월 1일 공수처의 ‘이성윤 황제조사’ CCTV를 입수해 보도한 TV조선 기자들, 두 명은 작년 5월 13일 ‘김학의 불법출금 수사 무마’ 혐의로 기소된 이성윤 고검장의 공소장 내용을 보도한 중앙일보 기자들이었다.

수사팀은 의견서에서 “공수처는 자신들에게 비판적인 보도를 한 4명의 기자들에 대해 7차례 법원에 영장을 청구했다”며 “공무상 비밀에 해당하지 않는 공소장이나 민간 CCTV에 ‘공무상 비밀 누설’을 적용해 수사하는 목적은 수원지검 수사팀에 대한 보복”이라고 했다.

수사팀은 “아마도 공수처는 TV조선·중앙일보 기자들과 수원지검 수사팀과의 통화한 내역을 찾으려고 했던 것으로 생각된다”며 “수사팀 그 누구도 해당 기자들과 사건에 대해 통화한 적이 없기 때문에 아무것도 밝혀진 것이 없다”고 했다.

수사팀은 “공수처의 기자들에 대한 통신영장은 비판적 보도를 한 기자들에 대한 수사로서 해당 비판보도의 취재원 파악을 위한 것”이라며 “이는 헌법상 언론출판의 자유의 침해이고, 비판 보도에 대한 보복이 목적이어서 수사권 남용”이라고 했다.

◇”’위법성 논란’ 파견 경찰, 누구인지 밝혀라”

수사팀은 이날 별도의 신청서를 통해 재판부에 “공수처가 작년 11월 두 차례 압수수색에 참여한 경찰공무원들의 소속과 직급, 이름과 각자의 역할을 밝히도록 해 달라 “고 요청했다. 공수처에 파견된 경찰은 관련법상 행정지원을 위해 파견된 것으로 수사 업무를 할 수가 없어 이들이 참여하는 수사는 위법하다는 것이다.

수사팀은 “작년 11월 압수수색 당시 A 경정은 스스로 파견경찰관이라고 소개하고 검찰 내부 메신저, 쪽지, 이메일, 전자결재 등에 대한 수색을 주도하면서 수사팀의 이의제기에 관한 사항을 상의했다”며 “당시 현장에 있던 공수처 관계자들이 서로 ‘김형사’ 내지 ‘이경위’ 등으로 호칭했던 점에 비춰 다수의 파견경찰관들이 압수수색 집행에 참여한 것으로 생각된다”고 했다.

수사팀 관계자는 “파견 경찰의 수사참여가 공식적으로 확인될 경우 ‘위법 수사’를 주장하는 것은 물론, 이에 대한 국가배상 청구 등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