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사건에서 ‘스모킹건’으로 꼽힌 이른바 ‘정영학 녹취록’을 법정에서 전부 재생하는지 문제를 두고 검찰과 ‘대장동 일당’ 측이 신경전을 벌였다.
1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재판장 이준철) 심리로 열린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 변호사, 천화동인 5호 소유주 정영학 회계사 등의 재판에선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증거 조사 계획이 논의됐다.
재판부는 먼저 “검찰이 총 133개의 (정영학) 녹취 파일 가운데 일부만 증거 조사하고 나머지는 철회할 수 있다고 밝혔다”며 “검찰이 어떤 녹취록의 어떤 부분을 다투는지 특정해줘야 (피고인들이) 어떤 증거를 조사할지 의견을 밝힐 수 있다”고 했다.
이에 김씨 측 변호인은 “이 사건 녹음 파일은 그 자체로 이미 정 회계사에 의해 선별됐고 검찰에서도 선별한 상태라 녹음된 부분 전후에 어떤 맥락이 있는지 알 수 없다”며 “녹음 파일 전체를 다 듣는 방법이 전체 맥락을 이해하는 데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공소사실을 입증할 책임이 검찰에 있는 만큼 사적인 내용이 있다면 검찰이 (증거 신청을) 철회해야 한다”고도 했다. 남 변호사 측도 “어떤 맥락에서 이뤄진 대화인지 확인도 못 한 상태에서 필요한지 불필요한지 선별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자 검찰은 “녹취록을 제출하고 시간이 꽤 흘렀고 피고인들이 겪었던 사실에 관한 것”이라며 “(변호인들이) 이미 내용을 검토했을 텐데 막연하게 주장하면서 구체적인 의견을 제시하지 않고 ‘입증할 책임은 검찰에 있으니 다 들어봐야 한다’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또한 “검찰에서 선별 제출한 건 없다”고도 했다. 재판부 역시 “녹음 파일이 총 140시간 정도 된다고 한다”며 “그걸 다 듣는다면 한두 기일 만에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난색을 표했다.
이날 재판에선 검찰이 증거로 제출한 약 8시간 분량의 녹음 파일 37개만을 골라 법정에서 재생하거나, 변호인들이 따로 검찰청에 출석해 녹음 파일 전체를 듣는 방안 등이 거론됐다. 재판부는 양측 의견을 들어 추후에 결정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