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혜원 검사가 2020년 7월 박원순 서울시장 성추행 피해자를 조롱하는 취지로 페이스북에 올린 사진. 진 검사는 박 시장과 팔짱 낀 이 사진에 '박 시장을 성추행했다'는 내용의 설명을 달았다. /페이스북 캡쳐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폭력 사건 피해자에 ‘2차 가해’를 가했다는 논란 관련, 정직 1개월 징계를 받게 된 진혜원 안산지청 부부장검사가 향후 징계처분 불복 소송을 제기할 것을 시사했다. 그는 징계 이유였던 2차 가해 논란에 대해 “(징계) 사유는 진실을 외부에 누설했다는 것”이라고 기존 입장을 고수하기도 했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는 지난 24일 징계위 회의를 열고 진 검사에 대해 정직 1개월 징계 처분을 의결했다. 진 검사는 지난 2020년 7월 박 전 시장의 비서 성추행 논란이 공론화되자 박 전 시장과 팔짱을 낀 사진을 본인 페이스북에 올리며 “자수한다. 팔짱을 끼는 방법으로 성인 남성을 추행했다”라고 적어 2차 가해 논란이 일었다.

진 검사는 26일 오전 1시쯤 ‘내 목은 매우 짧으니 조심해서 자르게, 박원순 저’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징계 의결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박 전 시장이 썼던 책 표지도 함께 올렸다.

진 검사는 “엊그제 징계위원회가 있었는데, 분통이 터진 나머지 ‘이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낭독해버릴까’ 하는 결의로 들고 갔었다”며 “오징어(진 검사 본인을 지칭)를 대리하신, 냉철하고 침착하신 정철승 변호사님의 적극적인 만류로 낭독 대회가 개최되지는 않았다”고 했다.

정 변호사는 국가인권위원회를 상대로 박 전 시장이 성적 비위를 저질렀다는 결정을 취소해달라며 유족 측이 낸 행정소송을 대리했으나, 유족과의 갈등으로 지난 1월 사임한 인물이다. 정 변호사 또한 박 전 시장 사건 피해자 신상정보를 페이스북에 공개한 혐의로 검·경 수사를 받고 있다.

진 검사는 그러면서 박 전 시장이 1999년 냈던 책에 대해 “이 책은 현명하고 용기있다는 이유로, 재판을 받고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거나 억울하게 형을 살았던 역사적 인물들의 재판 과정을 재미있고 진지하게 담아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소크라테스, 지쟈스 크라이스트, 갈릴레오, 쟌 다르크, 드레퓌스(+에밀 졸라), 로젠버그 부부가 우선 떠오른다”고도 했다.

진혜원 안산지청 부부장검사가 26일 오전 페이스북에 올린 글.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과거 책 내용을 설명하며 '2차가해' 논란 관련 징계에 항의하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진 검사는 그러면서 2차 가해 논란에 대한 대검 감찰과 법무부 징계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그는 “이런 저서를 보면, 여론재판으로 사람을 죄인으로 몰아가는 사람들의 파렴치와, 그럼에도 불구하고 꿋꿋하게 신념을 지킨 사람들을 기리는 후대 군중들의 심리가 맞교차되면서 누가 더 공감을 불러일으키는가를 알게 된다”고 했다.

그는 법무부 징계 처분에 대한 불복 소송도 예고했다. 진 검사는 “오징어(진 검사 본인) 정직은 대통령 재가 사항이라, 문재인 대통령님과 맞짱을 뜨게 될 것 같다”고 했다. 검사에 대한 징계는 대통령 재가 사항이지만 향후 진 검사가 법무부 징계처분에 대해 취소소송을 제기할 경우, 피고는 국가공무원법에 따라 소속 장관인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