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지난 29일 예정됐던 정부 훈장 수여식을 전날 오후에 돌연 취소하고 대신 대전 유성구에서 열린 대전시 행사에 참석한 것이 알려지면서 법조계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현역 3선(選) 국회의원인 박 장관의 지역구는 대전 유성구와 붙어 있는 서구을이다. 법무부가 해당 훈장 수여식을 취소한 것은 이번이 네 번째여서 법조계에서는 “의원을 겸직하는 법무장관의 정치 행보가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박 장관은 지난 29일 오후 2시 정부과천청사에서 근정(勤政)훈장을 수여할 예정이었다. 앞서 이 행사는 여러 이유로 세 차례 연기됐는데, 세 번째는 박 장관의 코로나 확진 때문이었다. 그런데 법무부는 행사 하루 전이었던 지난 28일 오후 5시쯤 갑자기 수상자들에게 연기를 통보했다고 한다.
대신 박 장관은 29일 오후 2시 대전 유성구에서 열린 ‘대전컨벤션센터 제2전시장 준공식’에 참석해 축사를 했다. 준공식에는 민주당 허태정 대전시장, 권중순 시의장, 정용래 유성구청장 등이 참석했다.
박 장관의 29일 일정에 대한 법무부의 공보(公報)도 석연치 않았다. 그날 법무부는 준공식 행사 이후인 오후 2시 44분쯤 기자단 단체 대화방에 ‘장관 대전 지역 정책 현장 방문 일정’을 알리며 “29일 오후 4시~5시 30분 대전아동보호전문기관, 대전보호관찰소, 대전스마일센터를 방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 장관이 준공식 행사에 참석했다는 내용은 아예 빠져 있었다.
법조인들은 “정치성 행사 참석을 가리기 위해 법무부 유관 기관 현장 방문을 끼워넣은 것 아니냐”고 했다. 그날 법무부가 공지했던 박 장관 일정에는 아동보호전문기관 방문에 10분, 보호관찰소 방문에 20분이 배정됐다. 또한 법무부는 장관 행사를 적극 홍보했던 이전과 달리 “간담회 등 내부 취재는 오미크론을 고려해 비공개한다”고 했다.
박 장관은 30일 출근길에 기자들에게 “(임기 동안) 전국의 수많은 아동보호전문기관, 여러 시설을 다 갔는데 정작 제가 사는 곳은 가보질 못해서 다녀왔다”고 했다. 박 장관은 작년 1월 취임 후 100여 차례에 걸쳐 각종 현장 방문 행사를 가졌다. 그런데 박 장관은 최소 11차례 대전을 방문했으며 서울을 제외하면 가장 자주 찾은 지역이었다.
박 장관은 작년 2월 대전보호관찰소를 방문해 “저는 법무장관이기에 앞서 기본적으로 여당 국회의원”이라고 했고, 지난달 9일에는 대전교도소 이전 부지를 찾아 예비타당성조사 기간 단축 지원 등을 약속했다. 교도소 이전은 법무부 교정본부 관할이다.
박 장관은 작년 8월 정부 대표로 인천공항에 나가 아프가니스탄 특별기여자 가족을 맞이했는데, 법무부 관계자가 언론을 상대로 박 장관의 ‘인형 전달식’ 취재를 압박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한 법조인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법무장관이 정치인 행보를 대놓고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