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하명수사' 사건으로 기소된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월 7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직선거법위반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2.2.7 /뉴스1

경찰대 출신으로 검·경 수사권 조정에 앞장서 온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같은 당 의원들에게 윤석열 정부 출범 전 ‘검수완박’ 법안의 우선 처리를 호소하는 편지를 보냈다. 그는 자신이 발의한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법안을 미루면서까지 ‘검수완박’ 법안의 우선 처리를 주장했다.

8일 황 의원은 A4 2장 분량의 편지에서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법안을 추진하자니 쟁점이 많아 논의가 길어지면 5월 9일 이내에 법안 공포가 어렵다는 지적이 있었다”며 “그래서 시급한 법안인 검찰 직접수사권 근거 조항 삭제부터 우선 처리하고 5월 10일 이후 보완책을 마련해 나가자”고 했다.

황 의원은 중수청을 설립해 검찰의 6대 범죄 관련 수사권을 이관하고 검찰은 기소와 공소유지만 맡게 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검수완박’ 법안을 시급하게 처리하기 위해 중수청 설립은 일단 접어두고 형사소송법, 검찰청법에 있는 검찰 수사권의 근거조항을 우선 삭제하자는 것이다. 이런 방식으로 윤석열 당선인이 대통령에 취임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없도록 취임일인 5월 10일 이전에 법안을 처리하자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법조계에서는 “6대 범죄를 수사할 중수청도 설립하지 않고 검찰 수사권부터 없애면 당장 이들 범죄에 대한 수사 공백이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황 의원은 또한 이 편지에서 “검찰 수사권을 폐지한다고 해서 검찰의 6대 범죄 수사권이 경찰로 가는 게 아니라 그냥 증발한다”고 했다. “검찰 수사권이 폐지된다고 해서 지금도 일에 치이는 경찰이 이 부분을 다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국가수사 총량이 줄어든다”고 했다. 현재 검찰이 수사할 수 있는 공직자·부패·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등 6대 범죄 수사에 대해 ‘불요불급한 수사’라고 언급하며 아예 없애겠다는 속내를 드러낸 것이다.

그는 “경찰 수사는 검사의 영장청구권과 기소권에 의해 통제받으므로 상대적으로 남용 우려가 낮다”며 “경찰은 현재도 6대 범죄를 포함해 제한 없는 수사권을 갖고 있고 검찰의 6대 범죄 수사권이 폐지된다고 없던 권한이 새로 생기는 게 아니다”고 했다. 그러면서 “다만 상대적으로 경찰에게 힘이 더 쏠리게 될 것이라는 우려는 합리적”이라며 “그래서 국가수사권능을 위한 새로운 설계가 필요하다”고 했다.

민주당의 검수완박 방침을 두고 법조계에서는 “자기들의 비리는 덮고 지방선거를 불법천지로 치르겠다는 것”이란 평가가 나왔다. 한 법조인은 “선거수사를 포함해 6대 범죄를 증발시킨다는 것은 지방선거를 검찰 감시 없이 편하게 치르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라고 했다. 또다른 법조인은 “검수완박은 민주당이 숨기고 싶은 수많은 비리와 범죄를 덮겠다는 의도가 다분하다”며 “특히 형사피고인 신분인 의원들이 주도하는 것을 보면 더욱 그렇다”고 했다.

황 의원은 현재 피고인 신분이다. 그는 자신이 울산경찰청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문재인 대통령의 친구인 송철호 변호사의 울산시장 당선을 위해 경쟁 후보인 김기현 당시 울산시장을 상대로 하명수사를 벌인 혐의로 송철호 울산시장, 송병기 전 울산 부시장 등 13명과 함께 기소돼 1심 재판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