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로 장애인, 아동 등 취약한 상태의 범죄 피해자를 공익 변호해온 장애인권법센터 김예원 변호사(40·사법연수원 41기)가 더불어민주당의 ‘검수완박(검찰수사권 완전 박탈)’ 추진 움직임에 대해 “역사의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9일 페이스북에 “피눈물을 흘리는 피해자의 억울함을 풀어줘야 하는 형사사법체계를 검경 파워게임으로 둔갑시켜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며 “제가 지원하는 장애인, 아동 등 가장 취약한 상황의 피해자들은 대체 어쩌라고 이렇게 하시느냐”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수사권 조정 전에는 서민들에게 두 번째 기회가 있었다”며 “경찰의 수사가 부족해도 어차피 사건은 검찰에 송치되니 범죄자들이 기소되는데 별 무리가 없었다”고 했다. 이어 “특히 제가 대리하는 분들은 형사 절차를 처음 접하는 분들이 대부분”이라며 “당신들처럼 수사기관에서 전화 오기 전부터 대형로펌 선임해서 철저히 대비하고 알아서 갈 길 다 잡아주는 그런 법률서비스를 받는 분들이 아니다”고 했다.
그러나 지난해 1월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이 수사종결권을 갖게 된 후 “경찰에서 끽해야 피해자 조사 한번 겨우 하고 아무 말 없이 몇 개월 묵히다가 난데없이 불송치 결정이라고 한다”고 했다. 불송치결정서를 받아도 이유가 두세 줄도 안 된다며 “쓰나마나한 허접한 불송치 이유서를 바탕으로 대체 어떻게 이의신청을 하라는 거냐”고 물었다.
김 변호사는 또 “수사권 조정 전에는 이렇게 심각하게 수사가 지연되는 것을 본 적이 없다”고 했다. 지난해 경찰의 1건당 평균 사건처리 기간은 수사권 조정 이전인 2020년보다 8.6일 증가한 64.2일이었다. 그는 “제 사건 피해자들이 스스로 항의 전화 한 번 못하는 사람들이라서인지, 이미 범죄로 죽거나 원치 않게 시설 또는 병원에 갇혀 지내는 분들이라서인지 모르겠지만 어떻게 고소를 했는데도 고소인이 반년이 넘도록 조사를 받지도 않느냐”며 “일 년이 가깝도록 송치도 안 하고, 어떤 사건은 8번이나 이송만 돌리느냐”고 했다. 그러면서 “10년 넘게 형사 피해자 대리해오면서 요즘 같은 상황은 처음 본다”고 했다.
김 변호사는 “검찰보다 수사 잘하는 경찰도 당연히 많이 있고, 일선에서 수사하는 경찰들 보면 안타까워서 죽겠다”며 “그분들이 사건을 뭉개고 싶어서, 제대로 수사하기 싫어서 그러는 게 아니다”고 했다. 수사권 조정 전에는 경찰은 강력사건에서 기동성과 수사력으로 빛을 발하고, 검찰은 고도의 지능범죄나 복잡한 경제사건에서 압박 수사력과 법리개발로 빛을 발했지만 “그 효율적인 분업체계를 정치적으로 일거에 망가뜨렸다”는 것이다.
김 변호사는 “제일 이득을 보는 사람은 바로 범죄자”라며 “수사기관이 진짜 수사를 잘하게끔 시스템을 만들어줘야 나쁜 범죄자들을 처벌할 것 아니냐”고 했다.
그는 “제발 형사사법체계를 정치적으로 이용해서 더 망가뜨리지 말아 달라”며 “이 심각한 문제를 경찰을 더 뽑으면 된다, 공공변호인 붙여주면 된다는 식으로 단순화시켜서 말하지 말라”고 호소했다. 이어 “그래도 반드시 ‘검수완박’ 해야 한다고 하시는 분들, 절대 범죄 피해당하지 마시라”며 “진심이다”고 글을 마무리했다.
민주당은 문재인 대통령 퇴임 전 이른바 ‘검수완박’ 입법을 밀어붙이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검수완박은 검찰의 6대 중대 범죄(부패, 경제, 공직자, 선거, 방위 사업, 대형 참사 범죄) 수사권을 중대범죄수사청(신설)으로 이전하고 검찰은 기소권만 갖게 한다는 것이다.
검찰 내부에서는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대검찰청은 8일 “극심한 혼란을 가져올 뿐 아니라 국민 불편을 가중시킨다”며 검수완박 반대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전국 고등검찰청 검사장들과 법무부 검찰국도 반대 의견을 모았다.
한국형사소송법학회는 학회 차원의 성명서 발표를 검토 중이며 대검은 11일 오전 10시 전국 검사장회의를 열고 관련 사안을 논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