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웅석 한국형사소송법학회장이 16일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중 형사소송법 개정안의 각론을 짚으며 “국가 형사사법체계가 이렇게 허술해도 되는 것인가? 범죄자만 살맛나는 세상”이라고 했다.
정 회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대한 각론적인 문제점을 검토하고자 한다”고 했다. 정 회장은 “검찰청법 개정안 제4조 제1항 1·2에 검사는 경찰공무원의 직무에 관한 범죄 및 공수처 소속 공무원의 직무에 관한 범죄를 수사할 수 있는 것처럼 규정했다”며 “형사소송법상 ‘사법경찰관’이 영장을 신청한 경우에만 검사가 판사에게 영장을 청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무의미한 규정”이라고 했다.
정 회장은 “강제 수사의 주도권이 경찰에게 있는데, 수사 초기 단계에서 어떻게 경찰을 수사할 수 있겠는가”라며 “아마 ‘경찰공무원 직무 범죄의 인정 여부’에 검사와 경찰 간 공방만 오고 갈 것”이라고 했다. 특히 “검사를 사법경찰관으로 간주하는데, 그 검사는 ‘누구’에게 영장을 청구할 것인지도 의문”이라고 했다.
정 회장은 “특별사법경찰관에 대한 수사지휘 규정은 그대로 두었지만, 다른 규정에서는 검사가 일체 수사를 하지 못하도록 규정돼 있다”며 “(누가) 어떻게 수사지휘를 할 수 있다는 것인지 궁금하다”고 했다. 또 “전속 고발 사건의 경우 이제는 전부 검사가 아닌 사법경찰관에게 고발해야 하는데, 과연 대기업 등에 대한 수사가 제대로 이루어질 것인지 의문”이라고 했다.
그는 “종전 형사소송법과 달리 변사자 검사(검시)도 검사에게 요구권만 인정된다는 점에서, 더 이상 1987년 고(故) 박종철 고문 치사 사건 같은 경찰의 가혹 행위를 밝히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고 했다.
서울대생 고 박종철씨는 1987년 1월 경찰청 보안국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경찰 고문을 당해 숨졌다. 경찰은 검찰에 단순 변사 사건으로 넘어가달라 했지만, 검찰이 부검을 명령했다. 이후 언론 보도로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1987년 6월 민주 항쟁의 불꽃이 됐다.
한 법조인은 “30여년 전 군부 독재 시절 경찰과 지금의 경찰을 같은 선상에 비교하면 절대 안 된다”고 했다. 다만 그는 “경찰 수사를 검찰이 한 번 더 검토하고, 법원이 최종 판단하는 사법 절차가 있어도 당사자 억울함이 다 풀리기 어려운데, 중간 검토 단계가 하나 생략되면 사건 당사자가 쉽게 수사기관 처분에 수긍할 지 의문”이라고 했다. 정 회장도 페이스북에 “사법경찰관이 관할을 넘어서 수사하는 경우에도 사실상 통제장치가 사라졌다는 점도 문제”라고 했다.
정 회장은 또 “영장 실질 심사에서 검사는 수사에 관한 어떤 권한이 없어 심사에 출석해 의견을 진술할 수 있는 사법경찰관이 상대방측 변호사와 사실관계 공방(때로는 법리공방까지)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부패 및 경제범죄 등의 경우 상대방은 최고 로펌의 변호사를 선임할 것인데, 상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범죄자 및 로펌만 좋은 일하게 생겼다”고 했다. 그는 “체포·구속 심사는 사법경찰관 출석권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