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지검에 압송되는 이은해·조현수 - 사망 보험금을 노리고 남편을 숨지게 한 혐의로 공개 수배된 이은해(31·왼쪽)씨와 조현수(30)씨가 16일 경기 고양시 한 오피스텔에서 검거돼 이날 오후 인천지방검찰청으로 압송되고 있다. 검찰에 압송돼 조사를 받은 이씨는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수사에 협조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공범인 조씨는 조사에 응했지만 혐의를 부인했다고 한다. /뉴스1

남편 사망 보험금을 노린 ‘계곡 살인’ 사건 피의자 이은해(31)씨와 내연남 조현수(30)씨가 공개 수배 17일 만인 지난 16일 경기 고양시에서 검거됐다. 검찰에 압송돼 조사를 받은 이씨는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수사에 협조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공범인 조씨는 조사에 응했지만 혐의를 부인했다고 한다. 인천지검은 18일 오전 이들에 대해 살인 및 살인미수 혐의 등을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할 예정이다.

인천경찰청 광역수사대는 16일 오후 12시 25분쯤 고양시 덕양구 한 오피스텔에서 두 사람을 붙잡았다. 작년 12월 14일 검찰 2차 조사를 앞두고 잠적한 지 4개월여 만이다.

경찰은 이달 초 주변인 탐문과 CCTV 분석을 통해 이들이 이 오피스텔에 머물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고 몇 호실에 숨어 있는지를 추적했다고 한다. 검찰은 이씨 아버지의 휴대전화 압수수색을 통해 이들 부녀가 텔레그램으로 메시지를 주고받은 사실을 확인한 뒤 이씨의 정확한 위치를 알고 있는 부친을 설득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고층 오피스텔 내부로 무리하게 진입할 경우 두 사람이 극단적 선택을 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이씨 아버지를 통해 이들이 건물 복도로 나오도록 유도했다고 한다. 이씨는 아버지에게 자수 의사를 밝히면서 “죽고 싶다”는 이야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오피스텔 내부에는 생수가 서너 상자 쌓여 있었고 이들은 비교적 야윈 모습이었다고 한다.

두 사람은 16일 검경으로 이송될 때 ‘보험금을 노리고 범행했나’ 등 질문에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체포 직후 기존 변호인은 사임했는데 이씨는 변호인 선임 등을 이유로 진술을 거부했다고 한다. 검찰은 이들의 도피를 도운 인물들이 있는지도 수사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씨는 내연남 조씨와 함께 남편 윤모씨의 생명보험금 8억원을 노리고 2019년 6월 30일 오후 경기 가평군 용소계곡에서 수영을 못하는 윤씨를 억지로 다이빙하게 하고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사망 시각은 보험 효력이 사라지기 불과 4시간 전이었다.

애초 2019년 10월 가평경찰서는 단순 익사(변사) 사건으로 종결했지만 그해 11월 보험사기를 의심한 보험사가 보험금 8억원을 주지 않자 이씨가 “보험사의 횡포”라며 SBS에 이를 제보하면서 사건이 다시 불거졌다.

당시 사건을 취재한 SBS는 2020년 10월 ‘가평계곡 익사 사건 미스터리’로 방송하며 살인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 사건을 수사하던 일산 서부경찰서는 그해 12월 이씨 등을 살인 등의 혐의로 불구속 송치했고, 같은 달 고양지청은 이씨 등의 주거지를 관할하는 인천지검으로 사건을 넘겼다.

작년 7월 전면 재수사에 착수한 인천지검은 직접 보완수사를 통해 이씨의 살인미수 혐의 2건을 추가로 밝혀냈다. 이씨는 ‘계곡 살인 사건’에 앞서 2019년 2월 강원 양양군 한 펜션에서 남편 윤씨에게 복어 정소, 피 등 복어독을 먹여 살해를 시도한 혐의, 그해 5월 경기 용인시 한 낚시터에서 윤씨를 고의로 빠뜨려 살해하려 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 수사와 별개로 경찰은 이씨의 전 남자친구가 2014년 이씨와 함께 태국 파타야에서 스노클링을 하다가 사망한 사건도 재조사하고 있다. 다만, 경찰은 앞서 온라인 등에서 제기된 2010년 인천 석바위 사거리에서 이씨의 또 다른 전 남자친구가 운전 중 차량 사고로 사망하고 동승한 이씨가 보험금을 수령했다는 의혹에 대해선 “관련 사고가 확인되지 않았다”며 내사종결 처리했다.

이씨 등이 검거된 뒤 남편 윤씨의 누나는 17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글을 올리고 “제 동생을 담보로 경제적 이득을 취하려고 했던 짐승들을 도저히 용서할 수가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