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22일 박병석(가운데) 국회의장이 내놓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 중재안에 합의했다. 민주당 박홍근(왼쪽) 원내대표와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장실에서 합의문을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덕훈 기자

박병석 국회의장과 여야 원내대표가 22일 합의한 사실상 ‘시한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을 확인한 검사들이 일제히 반발했다. 오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선거범죄와 공직자범죄를 검사의 직접 수사대상에서 제외한 것을 두고 “정치권 야합”이라는 비판과 함께, 법원은 예규를 통해 ‘선거전담재판부’를 설치·운영하는 등 “실무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졸속”이라는 지적이 이어졌다.

특히 선거범죄 수사를 제외한 것에 대한 여야의 설명이 사실상 전무(全無)했다는 점을 두고 법조계에선 “선거범죄 주요 피의자가 될 수 있는 정치인의 야합으로밖에 볼 수 없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김후곤 대구지검장은 지난 22일 검찰 내부망에 올린 글에서 “선거범죄는 시효문제, 복잡한 법리문제 등 수사가 어렵고 실수도 많은 범죄”라며 “선거를 코앞에 두고 수사를 못하게 하면 그 혼란은 어떻게 할 것이냐”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검수완박법 시행 시점을 법안 공포 후 ‘4개월 이후’로 합의한 것에 대해서도 “지금 경찰에 선거사건을 대충 넘기면 경찰에선 곡소리가 나올 것”이라고 했다.

선거사건 수사와 재판 실무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선거사건은 공소시효도 6개월로 짧고, 재판이 길어지면 선거범죄 피고인이 재판을 받으며 임기를 채우는 일도 벌어진다”며 “그런 이유로 법원도 별도의 ‘선거전담재판부’를 두고 사건 처리의 전문성을 키워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법원 예규 ‘선거범죄사건의 신속처리 등에 관한 예규’에 따르면 형사합의 재판부가 1개부를 초과하는 고등법원 및 지방법원은 그중 1개 재판부를 선거범죄전담재판부로 지정해야 한다.

해당 예규는 전담재판부를 지정하는 것 외에도 재판 속행 규정도 여럿 두고 있다. 사건 접수 후 해당 사건이 당선 유·무효와 관련된 사건인지를 우선 검토하고, 당선 여부에 영향을 미치는 사건으로 판명될 경우 즉시 당선 유·무효 관련 사건으로 분류해야 한다.

그러면서 ‘선거범죄사건을 배당받은 재판부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고인의 구속·불구속에 관계없이 선거범죄사건을 다른 형사사건에 우선하여 신속히 공판절차를 진행하여 법정기간이 경과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도 정했고, 해당 법원은 매달 처리 현황을 법원행정처에 보고해야 한다.

대검 공공수사부도 지난 21일 브리핑에서 “검찰 수사권이 박탈되면 선거 사건이 검찰과 경찰을 오가는 과정에서 수사가 부실해지고 결과적으로 선거 풍토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선거 사건은 공소시효가 6개월로 짧아, 그전에 사건을 처리하기 위해서는 관련 수사 경험이 풍부한 법률전문가인 검사가 수사, 법리검토, 공소유지 등 모든 단계에 관여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한 검찰 간부는 “중재안은 선거 사건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는 졸속 법안”이라며 “선거수사 폐지법안으로 이제 정치인들만 발 뻗고 잘 수 있게 됐고, 선거 이후 6개월만 잘 넘기면 4년(임기) 동안 편하게 지낼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