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운규 前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왼쪽)과 황창화 한국지역난방공사 사장./뉴스1

‘산업부 블랙리스트’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동부지검이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 2018년 한명숙 전 총리의 측근으로 알려진 황창화씨를 한국지역난방공사 사장으로 임명하기 위해 사장 공모 때 이뤄지는 면접의 예상 질의서와 답변서 등을 황씨에게 미리 건네준 혐의를 포착해 수사 중인 것으로 14일 알려졌다. 황씨는 2018년 10월 산업부의 사퇴 종용으로 사표를 낸 김경원 전 한국지역난방공사 사장 후임으로 임명됐다.

검찰은 또 ‘문재인 청와대’의 인사비서관실 행정관으로 근무했던 민주당 박상혁 의원이 당시 산업부 산하 공기업 사장들의 사퇴 종용에 개입했다는 자료를 확보, 박 의원을 수사 선상에 올려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내용은 지난 13일 백 전 장관에 대해 청구된 구속영장에 상당 부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당시 ‘사퇴 압박’이 청와대 행정관 수준에서 이뤄졌다고 보기 힘들다고 보고 ‘청와대 윗선’으로 수사를 확대할 것으로 알려졌다.

백 전 장관은 산업부 산하 13개 기관장에게 사직서를 요구하도록 산업부 부하 직원들에게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백 전 장관의 지시로 박모 산업부 국장이 2017년 9월 서울 광화문의 한 호텔에서 발전 4사(남동·남부·서부·중부) 사장들에게 사직서를 내라고 강요하고, 2018년 5월까지 무역보험공사, 지역난방공사, 에너지공단, 광물자원공사 등 산업부 산하 9개 기관장의 사퇴를 종용했다는 것이 검찰 판단이다.

백 전 장관은 특히 국회 보좌관 출신으로 한명숙 전 총리 때 국무총리비서실 정무수석을 지낸 황창화씨를 한국지역난방공사 사장에 임명하기 위해 황씨에게 면접 예상 질의서와 답변서 등을 미리 건네줘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게 한 혐의도 받고 있다. 황씨는 2012년 19대 총선 때 민주통합당 소속 예비 후보로 등록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법조계에서는 “공기업 인사를 정권 차원의 보은(報恩) 인사로 활용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박상혁 의원이 지난 2020년 8월 4일 국회 본회의에서 제안설명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변호사 출신인 민주당 박상혁 의원은 2017년부터 청와대 인사수석실 산하 인사비서관실 행정관으로 일했다. 검찰은 박 의원이 청와대 근무 당시 박근혜 정부 때 임명됐던 산업부 산하 공공기관장 가운데 사퇴 대상자 관련 자료를 산업부 담당 과장에게 넘겼고 이는 산업부 국장급 인사를 통해 산업부 윗선까지 전달됐다고 보고 있다. 이후 해당 자료에 들어간 인물 대부분이 산업부로부터 사직서 제출을 강요받아 사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사수석실 산하 인사비서관실은 경제 부처, 균형인사비서관실은 비(非)경제 부처 인사를 담당한다.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에서 비경제 부처 담당인 신미숙 전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이 연루됐듯이, 경제 부처에서 일어난 ‘산업부 블랙리스트’ 사건은 박 의원이 실무를 담당했다고 검찰은 보고 있다고 한다.

이번 사건을 두고 법조계에선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과 똑같은 구조”라는 말이 나왔다.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에서도 환경부가 2017년 9월 산악인이자 시인 출신인 권경업 전 국립공원공단 이사장이 이사장 공모에 지원할 때 면접 질문지 등을 미리 건네고, 권 전 이사장의 자기소개서와 업무수행 계획서를 첨삭해준 혐의가 검찰 수사에서 드러났었다. 백 전 장관은 산업부 산하의 한 기관이 기관장을 임명하기 전에 시행한 내부 인사(人事)를 취소하게 한 혐의도 받고 있다.

본지는 해명을 듣기 위해 박상혁 의원과 황창화 사장에게 연락을 취했으나 닿지 않거나 답이 없었다.

한편,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는 15일 오전 10시 30분 서울동부지법 신용무 영장 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열릴 예정이다. 백 전 장관 영장 발부에 상관없이 검찰 수사는 ‘문재인 청와대’ 윗선으로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다. 한 법조인은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 때는 문재인 정권의 방해로 수사가 어려움을 겪었지만 ‘산업부 블랙리스트 사건’은 양상이 다를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