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세운상가 재개발 구역에 있는 냉면집 ‘을지면옥’이 재개발 시행사에 건물을 넘겨줘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세운지구 3-2구역 시행사인 A사가 을지면옥을 상대로 낸 가처분 신청에서 서울고등법원 민사 25-2부(부장판사 김문석·이상주·박형남)가 “을지면옥은 A사에 건물을 인도하라”고 지난 14일 결정한 것이다. 이에 따라 1985년부터 37년간 평양냉면 맛집으로 유명했던 을지면옥 건물은 철거될 가능성이 커졌다.

서울 중구 '을지면옥' 앞으로 시민들이 드나들고 있다. /뉴스1

을지면옥은 재개발 과정에서 건물 철거 관련 분쟁을 겪어왔다. A사는 2017년 4월 재개발 사업 인가를 받아 2019년 하반기 건물 철거를 시작할 예정이었다. 을지면옥은 현금을 받고 건물을 넘겨주기로 했지만 A사와 보상 협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A사는 수용재결위 결정에 따라 보상금 54억여 원과 영업 손실 보상금 2100여 만원을 전액 공탁하게 됐다. 이어 A사는 을지면옥을 상대로 낸 건물 인도 소송 1심에서도 승소했지만 건물을 넘겨받지 못했다. 을지면옥이 항소하면서 건물이 강제로 넘어가지 못하게 해달라고 신청하자 법원이 받아들인 것이다.

그러자 A사는 건물 인도 소송의 최종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면 손해가 커지니 그 전에 건물을 먼저 넘겨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지난 1월에 냈다. 1심 법원은 ‘가처분이 받아들여지면 을지면옥은 본안 소송에서 다퉈볼 기회도 없이 현재 건물을 이용하고 있는 상태를 부정당하게 된다’며 을지면옥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2심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을지면옥의 인도 거부로 사업이 지연되고 있어 A사가 거액의 대출 이자 등 상당한 손해를 입을 가능성이 크고, 본안 판결을 기다려 집행할 경우 A사에 가혹한 부담을 지우게 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