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2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경찰제도 개선자문위원회' 권고안에 대한 행안부의 입장 발표를 하고 있다./뉴스1

행정안전부가 27일 행안부 내 ‘경찰 업무 조직 신설’ 방안 등을 발표한 데 대해 법조인들은 “경찰은 사법부처럼 독립 기관이 아니다”며 “당연히 민주적 통제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그동안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지시·통제만 받아오던 경찰 조직을 대통령, 국무총리, 행안부를 통해 인사·예산 등을 통제하겠다는 취지다. 경찰처럼 막강한 수사권을 가진 검찰이 법무부 검찰국 통제를 받는 것과 유사하다.

부장판사 출신 김태규 변호사는 이날 본지 통화에서 “행안부 통제를 받기 어렵다는 경찰의 논리는 인사·예산 등에 대해 정부 통제를 받지 않는 독립 기관인 ‘사법부’처럼 ‘경찰부’를 만들어달라는 얘기”라고 했다.

김 변호사는 “경찰은 국가경찰위원회 등을 통한 경찰 견제를 하라고 하는데, 경찰은 검찰처럼 행정부 소속이다”고 했다. 그는 “국민에 의해 선출된 대통령, 그리고 대통령 지휘를 받는 행안부의 통제를 받은 것이 당연하다”며 “경찰위원회 위원들은 국민이 선출하는 사람이 아니다. 민주적 통제 방안이 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13만~14만 경찰 조직은 군(軍) 다음으로 큰 조직이다”며 “대공 수사권도 가져가고, 군 경찰이 하던 군 성범죄, 군 입대 전 범죄 수사권도 가져가는 등 권한이 점점 막대해지는 이 조직에 대한 통제는 당연하다”고 했다.

참여연대 출신 양홍석 변호사도 지난 23일 페이스북에서 “경찰은 그동안 행안부 외청이지만, 독자적으로 움직였고 청와대와 직거래를 해왔다”며 “최고 권력자와 거리가 가까우면 가까울수록 권력으로부터의 중립은 깨지는 것이고, 인사·예산·조직·권한 행사가 청와대 밀실에서 결정할수록 권력에 대한 추종은 심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했다.

양 변호사는 “지난 30년간 경찰위원회가 경찰청을 견제·통제하는데 어떤 유의미한 역할을 했다는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며 “경찰위원회 실질화가 현행 경찰 행정 체계를 크게 바꾸지 않은 상태에서 취할 수 있는 개선 방법이었는데, 문재인 정부는 이마저도 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윤석열 정부의 (행안부 내) 경찰국 신설 검토는 법률에 정해진 행안부의 권한을 실질적으로 행사하겠다는 데에서 출발한다”며 “이것은 ‘경찰권 행사 통제’가 아니라 그야말로 ‘경찰 통제’에 불과하다”고 했다. 그는 “선출 권력에 경찰이 복종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걸 뒤집으면 대의제민주주의를 부정하는 것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김창룡 경찰청장이 27일 오전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사의 입장 발표를 준비하고 있다. 김 청장은 행정안전부의 경찰 통제 방안에 반발, 사의를 표명했다./연합뉴스

검찰 출신 김종민 변호사는 “프랑스·독일 등은 모두 경찰이 정부 통제를 받는다”며 “경찰 인사와 예산, 감찰을 경찰청이 모두 담당하는 국가는 유례를 찾기 어렵다”고 했다. 한 부장검사는 “지난 정부에서 행안부·법무부·경찰청 주도로 검경 수사권조정을 하면서 경찰 개혁도 같이 하기로 했는데 결국 전 정부에서 제대로 안 하고 끝났다”며 “비대해진 경찰 권한을 어떻게 통제할 지에 대해서는 당연히 논의해야 한다”며 “다만 행안부에서 구체적인 (경찰) 수사에 개입하지 않고, 정부가 과도하게 통제하지 않도록 제도를 잘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전직 검찰총장은 “미국은 경찰이 (연방·주·카운티 등) 쪼개져 있다. 한국처럼 ‘국가 경찰’이란 하나의 어마어마한 조직이 없다”고 했다. 그는 “경찰이 일반 수사권에 대공 수사권 등 다 가지고 있는데다가 검찰의 수사지휘권까지 없어졌다”며 “이런 경찰을 무제한 방임하는 것은 민주국가로서 도저히 있을 수가 없다. 행안부에 최소한의 견제 장치를 당연히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