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방울 그룹 경영진의 횡령·배임 의혹 사건 관련 수사 기밀 자료를 유출한 혐의로 수원지검 형사6부 소속 수사관과 수사관 출신 쌍방울 임원이 지난 5일 구속됐다. 법조계에선 “법원·검찰 출신 전관 기업계·법조계 인사들이나 법원·검찰 쪽 인사들과 친분이 두터운 변호사 중 소수가 검찰 수사 자료를 빼내려는 무리수를 두는 일이 종종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수원지검/뉴스1

◇기밀 유출 당사자들, 검찰 ‘특수부’ 출신 공통점

수원지검 수사관의 수사 자료 유출 혐의는 민주당 이재명 의원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 사건을 수사하는 수원지검 공공수사부가 이 의원 측근이자 쌍방울 계열사 사외이사로 알려진 이태형 변호사의 로펌 사무실 등을 압수 수색하다 발견된 것이다. 이때 쌍방울 횡령·배임 사건을 수사하던 형사6부 수사 자료가 유출된 것을 찾은 것이다.

검찰은 이 변호사와 같은 로펌에 있는 검사 출신 다른 변호사에게 이 자료가 흘러들어 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구속된 해당 수사관과 쌍방울 임원을 대상으로 수사 자료 유출 경위를 추가로 수사하고 있다. 구속된 수사관은 특수 사건을 주로 담당해왔고, 수사관 출신 쌍방울 임원, 검사 출신 변호사도 모두 특수부 출신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수사 자료는 수사 대상자가 재판에 넘겨지기 전까지는 수사 대상자 측에 넘어가선 안 된다. 재판이 본격화한 이후 각종 수사 자료를 열람·등사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기소 전 수사 기밀 자료가 유출되면 공무상 기밀 누설에 해당한다.

◇과거 검사나 판사 출신 변호사도 수사 기밀 유출 연루

과거에도 이런 수사 기밀 자료 유출은 드물긴 해도 종종 있었다. A 전 검사는 2014년 최모 변호사에게 수사 자료를 넘겨준 혐의로 기소돼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2019년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됐다.

이 사건은 2018년 서울고검 감찰, 수사로 알려지게 됐다. A 검사는 지난 2014년 서울서부지검에 근무할 때 상관으로부터 “최 변호사를 잘 챙겨달라”는 부탁을 받았다고 한다. 최 변호사가 고소한 상대방의 구치소 접견 녹음 파일 등을 넘겨준 혐의 등이었다. 최 변호사는 대구 비행장 소음 피해 배상 소송을 맡아 유명세를 탔던 인물로, 전관 출신은 아니지만, 검찰 쪽 일부 인사들과 친분이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졌다.

2010년엔 판사 출신 B 변호사가 법원 직원을 통해 구속영장에 첨부된 고위공무원 비리 첩보를 빼낸 일이 적발되기도 했다. 이 변호사는 2010년 11월 술자리를 가진 뒤 웃옷을 놓고 집에 갔다. 이를 발견한 동석자가 그에게 옷을 챙겨주려고 택시를 탔다가 그의 옷을 택시에 놓고 내렸다.

택시 기사는 옷을 발견하고 주인에게 돌려주려고 옷을 뒤졌다. 그런데 이 옷에 문건이 발견됐는데, 검찰이 어떤 사건 관련 구속 영장을 청구하면서 법원에 첨부했던 수사 자료였다. 검찰청 문서를 본 택시 기사는 해당 검찰청에 자료를 가져다줬다.

검찰은 B 변호사가 법원 직원에게서 수사 기밀 자료를 빼낸 혐의를 발견해 구속 영장을 청구했다. 그러나 B 변호사의 구속 영장은 기각됐고, 1심에선 “비밀 누설을 한 사람을 처벌하는 법 조항은 있어도 비밀 누설을 받은 사람을 처벌하는 조항이 없다”며 무죄가 선고돼 ‘법원의 제 식구 감싸기’ 논란이 나오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