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공무원 피살 진상 은폐’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 1부(부장 이희동)가 지난 1일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의 비서실장이었던 노모(57)씨를 소환해 조사한 것으로 2일 전해졌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노씨는 박 전 원장에게 첩보 보고서 삭제 지시를 받고 국정원 차장 등에게 원장 메시지를 대독하는 형식으로 삭제 지시를 전달한 혐의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원장은 2020년 9월 22일 공무원 이대준씨가 북한군의 총격으로 사망하기 전 ‘대한민국 공무원이다. 구조해달라’는 취지로 말한 감청 내용을 첩보 보고서에서 삭제하도록 지시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국정원은 박 전 원장을 지난 7월 직권남용(국정원법 위반), 공용전자기록 손상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면서 관련 증거도 제출했다고 한다.
검찰은 첩보 보고서 삭제 방침이 이대준씨가 피살된 다음 날인 2020년 9월 23일 노영민 당시 대통령비서실장 주재로 수차례 열린 관계장관회의에서 정해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회의에는 서훈 당시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비롯해 박 전 원장, 서욱 전 국방부 장관 등이 참석했다.
노씨는 검찰 조사에서 “국정원 차장 등이 내가 한 말을 잘못 알아들은 것” 등으로 진술하며 자신의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노씨를 다시 소환 조사할 방침이다.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노씨에 대한 조사를 마치는 대로 박 전 원장을 소환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 법조인은 “노씨가 박 전 원장의 지시를 받고 실행한 점을 부인한다고 해도 압수 수색 등을 거쳐 확보한 증거 등을 바탕으로 박 전 원장을 불러 조사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검찰은 지난 7월 13일 박 전 원장의 삭제 지시 정황 등이 담긴 것으로 알려진 국정원 메인 서버 등을 압수 수색했다. 지난달 16일에는 박 전 원장과 노씨의 자택과 사무실 등 10여 곳을 압수 수색했고, 노씨 조사 당일인 지난 1일에는 대통령기록관도 압수 수색했다. 국정원 서버에는 이씨가 자진 월북한 것이 아니라 단순 표류한 것이라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첩보도 일부 남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원장은 그동안 “국정원 서버에서 자료를 삭제해도 첩보 생산처(국방부) 서버의 원본은 남는다”며 자신이 삭제를 지시할 필요가 없었다는 취지로 혐의를 부인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