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는 사업가 박모(62)씨로부터 총 6000만원의 뇌물과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민주당 중진 노웅래 의원의 국회 사무실 등을 지난 16일 압수수색했다.
17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노 의원은 사업가 박씨의 아내 조모(59)씨를 통해 2020년 2월 발전소 납품 관련 청탁과 함께 2000만원을 수수하고, 같은 해 3~12월 용인 물류단지 개발, 태양광 사업, 지방국세청장 인사, 한국동서발전 임원 승진 등의 청탁과 함께 4차례에 걸쳐 1000만원씩 4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고 한다.
검찰은 이 가운데 용인 물류단지 개발 청탁 부분을 주목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사업은 부동산 개발업체 A사가 경기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죽능리 일대에 67만3426㎡(약 20만평) 규모로 추진 중인 ‘용인스마트 물류단지’ 사업을 말한다. 총 사업비가 2575억원인 이 사업은 현재 착공 직전 단계라고 한다.
검찰은 용인 물류단지와 관련된 박씨의 로비가 실제 통했다는 정황을 확보했으며, 그 과정에 관여했던 것으로 의심되는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 비서실장, 국토부 장관 등을 수사선상에 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물류단지 로비가 두 갈래로 진행됐다고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갈래는 노웅래 의원을 통한 것인데, 사업가 박씨의 아내 조씨가 2020년 3월 14일 노 의원의 지역구 사무실을 방문해 “(용인 물류단지에 대한) 국토부 실수요 검증 절차가 지연되고 있으니 국토부 장관을 통해 신속히 진행되도록 도와 달라”는 청탁과 함께 현금 1000만원을 건넸다는 것이다. 이 내용이 노 의원 압수수색 영장에도 적시됐다고 한다.
당시엔 물류단지 사업이 진행되려면 국토부 산하 실수요 검증위원회에서 실수요 검증을 통과해야 했다. 물류단지가 실제로 그 지역에 필요한지를 국토부가 판정하는 절차다. A사는 2020년 2월 국토부에 실수요 검증을 요청했지만 코로나 사태로 검증위가 계속 열리지 않아 사업에 차질을 빚고 있었다고 한다.
당시 물류 업계에서는 “실수요 검증 절차가 까다롭고 검증위가 자주 열리지 않아 통과하기 매우 어렵다”는 말이 파다했다고 한다. 사업가 박씨는 지인을 통해 소개받은 A사 대표로부터 “실수요 검증을 신속히 통과할 수 있게 도와 달라”는 부탁을 받고 로비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로비의 다른 한 갈래는 이정근(구속 기소)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을 통한 것이다. 이 전 부총장의 공소장에는 사업가 박씨가 2020년 3월 13일 이 전 부총장 계좌로 5000만원을 입금한 직후 ‘물류단지 실수요 검증 절차가 지연되고 있으니 대통령 비서실장을 통해 신속히 진행되도록 해달라’고 요청했고 이를 이 전 부총장이 승낙했다는 내용이 나온다. 이 전 부총장은 이후 21대 국회의원 선거 자금 명목으로 박씨로부터 9000만원을 추가로 수수한 혐의도 받고 있다.
실제 A사는 6개월 뒤인 2020년 9월 실수요 검증을 통과했다. A사는 당시 설립 1년도 안 된 신생 업체였다. 한 법조인은 “박씨의 로비가 성공한 정황”이라며 “노 의원과 이 전 부총장의 부탁으로 문재인 정부 청와대 비서실장이나 국토부 장관이 실제 관여했는지가 규명돼야 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노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재차 기자회견을 열고 “사업가 박모씨와 저는 일면식이 없는 사이”라며 “그 부인은 봉사 단체에서 몇 번 만났을 뿐이며, 얼굴조차 모르는 박씨로부터 수천만원의 금품을 받는 건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고 했다.
그러나 검찰이 확보한 녹취록에는 사업가 박씨가 지난 6월 민주당 관계자들을 만나 “노 의원은 집사람(조씨)과 코트를 선물할 정도로 친하다”는 취지로 말한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