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사건의 핵심 인물인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가 24일 0시 이후 구속 기한 만료로 석방될 예정이다. 이 사건으로 구속됐던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남욱 변호사가 석방된 데 이어 김씨도 석방된다.
유동규씨와 남욱씨는 석방 전후 작년 검찰 수사, 법원 재판에서 언급하지 않았던 내용에 대해 최근 ‘작심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남씨는 최근 “2015년부터 김씨가 천화동인 1호 지분에 이재명 성남시장(현 민주당 대표) 측 몫이 있다고 했다”고 폭로했다. 검찰은 이 대표 최측근 정진상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의 구속 영장,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 공소장에 ‘김씨가 작년 2월 대장동 이익 중 428억원을 이 대표 측에 주기로 약속했다’고 적시했다. 이 때문에 김씨가 석방된 이후 어떤 발언을 할 지가 주목되는 상황이다.
◇김만배, 이제는 ‘그분’ 밝히나
특히 김씨 입에서 천화동인 ‘그분’의 실체가 드러날 지가 주목된다. 최근 검찰 수사와 남씨 등의 폭로로 ‘그분’ 관련 내용이 수면 위로 올라오기 시작하는 상황이다.
대장동 사건 수사 초기인 작년 10월 ‘정영학 녹취록’에 2019~2020년쯤 김만배씨가 “천화동인 1호 절반은 ‘그분’ 것”이라고 말한 부분이 있다는 의혹이 알려졌다. 당시 김씨는 “그런 말은 했지만 둘러댄 말이었고, 천화동인 1호는 내 것”이라고 해 논란이 되자, 김씨 측이 다시 “그런 말 자체를 한 적이 없다”고 말을 바꿨다.
한 법조인은 “대장동 재판에서 아직 김씨 측이 남욱·유동규씨와 다른 입장을 보이는 측면이 있어 김씨가 ‘폭로’를 할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이에 대해 김씨는 이날 “어떤 언론과도 인터뷰하지 않겠다. 어디서도 따로 얘기하지 않겠다”며 “재판에 성실히 임하겠다. 법정에서 모든 걸 말씀드리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2015년부터 ‘이재명 측’ 몫 나누기 설계
남욱씨의 지난 21일 법정 증언에 따르면 김씨는 2014년부터 대장동 수익을 어떻게 서로 나눌지 ‘지분 설계’를 시작했다. 법조 기자 출신으로 정·관계 발이 넓은 김씨는 2014년 6월 지방선거에서 이 대표가 성남시장 재선에 성공하는 과정에 역할을 했다고 한다. 이후엔 이 대표 최측근인 정진상·김용씨를 포함해 유동규씨까지 네 명이서 의형제를 맺었다. 남씨 등이 초기에 주도했던 대장동 사업 주도권은 김씨에게 넘어갔다.
김씨는 2015년 초부터는 ‘이재명 시장 측’에 얼마만큼 이익을 떼어줄지도 설계했다. 자기 명의로는 이익의 49%를 가지고, 남씨는 25%를 주기로 설계했다. 사업 초기만 해도 사업 이익은 남씨가 45%, 김씨 25% 가지기로 했는데, ‘이 시장 측’과 가까운 김씨 몫은 늘고 남씨 몫은 줄었다. 김씨는 2015년 2월 남씨에게 “’(내 지분인 49%에서) 내 지분은 12.5%밖에 안 된다. 나머지 37.4%는 이 시장 측 지분이다’고 했다”며 남씨에게 25%만 받으라고 설득했다는 게 남씨 법정 증언 취지다.
◇대선 경선 앞두고는 대장동 이익 ‘428억원’ 지급 약속
정진상씨 영장에 따르면 2015년 6월 김씨는 “사업 진행 경과, 비용 지출 등을 고려해 37.4%가 아닌 30%를 주겠다”고 정씨 등에게 약속했다. 정씨에겐 “너네 지분이 30%가 되니까 필요할 때 써라. 잘 보관하고 있을게”라고 했고, 정씨는 “뭐 저수지에 넣어둔 거죠”라고 답했다.
이후 대장동 택지 개발 이익이 약 5900억원이 났다. 애초 예상 이익 3595억원보다 약 2300억원의 초과 이익이 났다. 초과 이익을 포함한 이익 4040억원은 고스란히 ‘대장동 일당’의 화천대유와 천화동인 1~7호에 갔다.
김씨는 자신이 사실상 소유주인 화천대유와 천화동인 1~3호를 통해 자기 몫 49%에 해당하는 1987억원을 챙겼다. 남씨는 25%에 해당하는 1007억원을 받았다.
막대한 이익을 받은 김씨는 “약속한 30%를 주긴 어렵다”며 자신의 지분(49%) 절반인 24.5%(약 990억원)를 주되, 990억원에서 세금·공과금 등을 빼고 최종 700억원을 주겠다고 유씨에게 약속했다. 이 과정에서 정진상·김용·유동규씨가 “약속한 돈을 달라”고 김씨에게 요구했다. 결국 김씨는 작년 2월 약속한 700억원에서 공통비(함께 부담하는 사업비) 등을 제외하고 428억원을 주겠다고 했다는 것이다.
◇2018년 경기지사 선거 자금 지원 의혹까지
남욱씨는 지난 21일 법정에서 김씨가 2018년 경기지사 선거 때도 정진상씨에게 선거 비용을 대줬다는 식으로 말했다는 증언도 했다. 검찰은 김만배씨와 정영학(천화동인 5호 소유주) 회계사 간의 녹취록 내용을 제시하며 “(녹취록에서 김씨가 말하는) ‘니네들이 모르는 돈’의 의미를 알고 있느냐”고 물었다. 남씨는 “2018년 지사 선거 때 김씨가 유동규씨 모르게 정진상씨에게 도지사 선거 비용 지급한 부분에 대한 내용으로 난 이해했다”고 했다.
남씨는 “김씨가 ‘도지사 선거에 내가 돈을 줬어’라고 직접적으로 말하지는 않았지만 그런 뉘앙스로 얘기했고 ‘그냥 형이 알아서 처리할 거야’라고 말해서 내가 그렇게 이해했다”고 했다. 특히 남씨는 “김씨로부터 화천대유의 월 운영비를 현금화해 월 3000만원을 유씨를 통해 정진상·김용씨에게 전달한다는 말을 들었다”며 “유씨에게 이 얘기를 하니 ‘월 3000만원이 아니라 월 1500만원’이라고 말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