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장동 일당의 배임 혐의 재판에서는 잇달아 ‘폭탄 발언’이 나오고 있다. 1년여간 진행된 대장동 재판은 피고인들에 대한 증인 신문 절차만 남겨놓고 있었는데, 이 때문에 당초 ‘이르면 올해 연말쯤 선고가 이뤄질 수 있다’는 분석이 많았다. 그러나 최근 기존 재판에서 나오지 않았던 증언들이 잇따라 나오면서 법조계에선 ‘예상보다 재판이 훨씬 길어질 것’이란 얘기가 나온다.
◇”대장동에 李측 지분” 남욱 발언이 결정적
특히 남욱 변호사(천화동인 4호 소유주)가 지난 21일 법정에서 “천화동인 1호는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 측 지분이라고 2015년 1월부터 김만배씨로부터 들었다”고 증언한 것은 검찰의 기존 공소 사실을 뒤집는 발언이다. 검찰은 지난해 11월 유동규씨를 배임 혐의 등으로 추가 기소하면서 유씨가 김만배씨로부터 700억원(세금 등 제외 시 428억원)을 약정받고 이 중 5억원을 실제 받았다고 했었다. 그러나 최근 남씨 증언에 따르면, ‘700억원’의 종착지가 유씨가 아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측이라는 것이다. 남씨는 또 “2021년 (민간사업자 수익의) 24.5%가 이재명 시장 측 지분이라 얘기하는 과정에서 김씨가 정진상(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 김용(민주연구원 부원장) 이름을 거론했다”고도 했다.
이와 관련, 검찰은 공소장 변경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공소장 변경 절차를 밟으면 기존과 달라진 공소 사실에 대해 새로 심리가 필요할 수 있다. 지난 21일 대장동 재판에서 유씨 측 변호인은 “검찰에서도 공소장 변경 얘기도 검토하고 계신다면, 이왕이면 빠를수록 좋을 것 같다”고 하기도 했다. 재판부도 “검찰이 조속한 시일 내에 방향이라도 말해줘야 절차 내에서 대응이 가능하다”고 했다. 남욱씨에 대한 신문 절차가 마무리되면 본격적으로 공소장 변경 여부가 논의될 가능성이 크다.
◇피고인별 확연한 온도 차…상호 신문에도 시간 걸릴 듯
또 다른 변수는 대장동 일당 사이의 확연한 시각차다. 김만배씨는 여전히 천화동인1호는 자신 소유라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남욱씨는 천화동인 1호가 이 대표 측 지분이라는 얘기를 김씨에게 직접 들었다는 입장이다. 또 유동규씨, 남씨 등은 정영학 회계사(천화동인 5호 소유주)가 작년 검찰에 제출했던 녹취록의 신빙성을 문제 삼고 있다.
최근 대장동 재판은 각 피고인이 돌아가면서 증인석에 서고, 검찰과 다른 피고인들이 돌아가며 신문하는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앞서 진행된 정 회계사에 대한 신문에선 다른 피고인들이 정 회계사의 검찰 진술을 적극적으로 탄핵하려 하면서 신문 절차에만 한 달이 걸렸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남욱씨에 대한 신문에서도 김만배씨 측은 이미 “이 사건 공소 사실과 검찰 주신문의 관련성을 폭넓게 인정한 만큼, 우리의 반대신문에도 같은 기준을 적용해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검찰이 주신문에서 남씨에게 재판 내용과 직접 관련이 없는 ‘대선 경선 자금 의혹’ 등에 대해 캐물었으니 자신들도 폭넓게 질문을 던지겠다는 것이다.
한 법조인은 “대장동 재판이 1년째 진행되고 있지만 지금처럼 관심을 받은 적은 없었다”면서 “계속 새로운 의혹이 제기되는 만큼 선고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