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 이혼하면서 노 관장에게 재산 분할로 665억원을, 위자료로 1억원을 각각 현금으로 지급하라고 6일 법원이 판결했다. 애초 노 관장은 최 회장이 보유한 SK㈜ 주식 650만주(시가 1조3700억원)를 재산 분할로 달라고 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가정법원 가사2부(재판장 김현정)는 이날 두 사람의 이혼 소송에서 이같이 판결했다.
최 회장은 고(故) 최종현 SK 선대 회장의 아들이고, 노 관장은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의 딸이다. 두 사람은 노 전 대통령 취임 첫해인 1988년 9월 결혼했고, 세 자녀를 뒀다. 하지만 2015년 최 회장이 언론을 통해 혼외자(婚外子)의 존재를 알리며 노 관장과 이혼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2017년 최 회장이 이혼 조정을 신청했지만, 양측이 조정에 이르지 못하면서 이혼소송으로 이어졌다.
노 관장은 한동안 최 회장의 이혼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2019년 12월 ‘이혼에 응하겠다’며 맞소송을 냈다. 그러면서 최 회장이 보유한 그룹 지주사 SK㈜ 주식 중 42.29%(650만주)를 재산 분할로 요구했다. 이 주식을 시세로 환산하면 약 1조3700억원이다. 위자료 3억원도 함께 청구했다.
두 사람의 이혼 재판은 SK그룹의 지배 구조를 흔들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노 관장이 재산 분할로 요구한 SK㈜ 주식 650만주를 법원이 전부 인정한다면 노 관장이 SK㈜의 2대 주주(지분 7.7%)가 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최 회장은 재판에서 “SK㈜ 주식은 선친에게 물려받은 SK 계열사 지분에서 비롯한 것인 만큼 재산 분할 대상이 되지 않는 ‘특유재산’”이라고 주장했다. 지금의 SK㈜는 최 회장이 지분을 상속받은 뒤 계열사 합병 및 분할로 생긴 회사다.
이에 대해 노 관장은 “결혼 기간이 오래된 만큼 해당 주식도 재산 분할 대상이 되는 공동재산으로 봐야 한다”며 맞섰다. 최 회장이 결혼 뒤 계열사 합병을 통해 SK㈜ 최대 주주가 됐으니 혼인 중 형성된 재산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이날 “노 관장이 SK㈜ 주식의 형성과 유지, 가치 상승 등에 기여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해당 주식은 재산 분할 대상에서 제외한다”면서 “최 회장이 보유한 일부 계열사 주식, 부동산, 예금 등과 노 관장의 재산만이 분할 대상이 됐다”고 했다.
이번 재판에서 분할 대상이 된 재산은 2140억여 원 규모로 알려졌다. 노 관장은 이 재산 형성에 40%를 기여했고 이에 따라 856억여 원을 받을 수 있다고 재판부는 판단했다고 한다. 다만 이 가운데 192억여 원은 노 관장이 이미 자신의 명의로 가지고 있기 때문에, 최 회장은 이를 제외한 665억원을 노 관장에게 현금으로 지급하면 된다는 것이다.
최 회장과 노 관장은 모두 판결 후 별도 입장을 내지 않았다. 법조계에서는 “노 관장이 항소할 가능성도 있다”는 말이 나온다.
☞특유재산
부부가 혼인 전부터 각자 소유하고 있던 재산이나 혼인 중에 한쪽이 상속·증여로 취득한 재산을 특유재산이라고 한다. 원칙적으로 이혼소송에서 재산 분할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다만 특유재산의 유지·증식에 기여한 배우자는 증가분에 대해 재산 분할을 인정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