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사건의 핵심 인물인 김만배씨(화천대유 대주주)가 지난 14일 새벽 네 차례에 걸쳐 자해를 시도했지만 상처는 깊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는 자신의 변호사에게 연락해 자해 사실을 알렸고, 이날 밤 김씨 상태를 염려한 변호사가 김씨와 직접 만난 후 119에 신고했다고 한다.
15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김씨는 지난 14일 오전 2시쯤 자신의 차 안에서 흉기로 가슴 부근에 두 차례 자해를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또 오전 4시쯤 목 부위에도 두 차례에 걸쳐 자해를 했다. 오후 1시에도 2회 정도 가슴 부위를 찔렀다고 한다.
김씨는 이후 차를 몰고 다니며 자신의 사건을 수임한 변호사와 수차례 통화하며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말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수원에 집이 있는데 취재진이 수시로 와서 집에 가지 못하고 차로 이동했다고 한다.
김씨는 지난 13일 검찰이 김씨가 대장동 사업에서 얻은 범죄 수익을 숨기는 데 도운 혐의로 김씨 측근인 화천대유 공동대표 이한성씨와 이사 최우향씨, 인테리어 업자 A씨 등 3명을 체포하고 이들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서자 심리적 압박감을 느꼈고, 주변 사람들한테 ‘나 때문에 고생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러 상황을 바탕으로 김씨 상태를 염려한 변호사는 이날 밤 김씨에게 보자고 했고, 이날 오후 9시50분쯤 수원 장안구 한 대학교 인근 도로에 주차된 차에 있던 김씨와 만났다.
김씨 목에 있는 상처와 혈흔 등을 본 변호사는 119에 신고했고, 김씨는 소방서 구급대원에게 응급조치를 받은 후 오후 10시26분쯤 아주대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다. 당시 김씨는 ‘흉기로 자해를 했다’는 취지로 말할 정도로 의식이 또렷했고,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였다고 한다. 경찰은 김씨가 자해에 사용한 흉기는 발견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주차된 김씨 차량 주변 CCTV 등을 통해 자세한 경위를 파악 중이다.
법조계에선 김씨 자해 배경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검찰이 이한성씨, 최우향씨 등 김씨 측근에 대한 수사를 본격화하자, 김씨가 압박감에 정신적으로 무너진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작년 9월부터 1년 넘게 검찰 수사를 받고 지난달 24일 석방될 때까지 1년 가까이 구속된 상황에서도 버텼던 김씨도 주변 사람들에 대한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이겨내지 못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