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재정에 대한 감사와 결산 공개를 위한 규정들이 노동조합법에 있지만 회계 투명성 확보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노조 대표자는 조합의 모든 재원과 용도, 경리 상황 등에 대한 회계 감사를 6개월에 1회 이상 실시하고 그 결과를 공개해야 한다’고 노동조합법 25조에 규정돼 있다. 문제는 이 업무를 담당하는 회계 감사원이 전문성 없는 이들로 채워지고 있다는 것이다. 현장 근로자 출신으로 노조 간부에 선출된 사람 중 한 명에게 회계 감사 업무를 무작위로 맡기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또 회계 감사 결과도 상세한 자료가 아니라 A4 용지 1~2쪽짜리 요약본만 조합원들에게 공개하는 노조도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상희 한국공학대 교수는 “대형 노조는 외부 회계사에게 감사를 받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했다. 대형 회계 법인 관계자도 “민주노총이나 대기업 노조처럼 1년에 조합비만 수백억원에 이르는 조직에서 회계가 ‘주먹구구’ ‘깜깜이’ 식으로 관리된다면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했다.

노동조합법 26조에는 ‘노조 위원장은 회계 연도마다 결산 결과를 공표하고 조합원의 요구가 있으면 열람하게 해야 한다’고 돼 있다. 대법원도 2017년 판결에서 노조원이 조합 회계 장부 등을 열람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고 인정했다. 다만, 이 판결은 조합원이 회계 자료를 복사해서 나갈 수 있는 권리는 인정하지 않았다.

박지순 고려대 로스쿨 교수는 “조합원이 노조 비리를 의심해 결산 자료를 열람해도 암호처럼 나열된 숫자만 보고 문제를 찾아내기가 쉽지 않다”며 “조합원이 전문가 도움을 받아 회계 자료를 분석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했다.

또 주무 부처인 노동부가 노조의 회계를 제대로 감독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노조도 행정 관청의 요구가 있으면 결산 결과와 운영 상황을 보고 해야 한다’고 노동조합법 27조가 규정하고 있지만, 노동부가 실제 노조에 결산 자료 제출을 요구한 적은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지순 교수는 “노조 반발 때문에 정부가 개입하지 못했는데, 노조의 자율성을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가이드라인을 만들면 될 것”이라고 했다.

노조의 회계 투명성 확보를 위한 노동조합법 규정들을 위반해도 처벌 조항이 없다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한 법조인은 “노조의 부실 회계를 방치하는 법 제도는 개선돼야 한다”며 “처벌 규정을 두지 않고 회계 투명성 제고를 유도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