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대 노조인 전미자동차노조(UAW)는 연초에 전년도 ‘연간 보고서’를 공개한다. 올해 초 공개한 ‘2021 연간 보고서’를 보면, 기업 사업 보고서를 보는 느낌이다. 분량도 400쪽에 달하고 재무제표처럼 수입·지출을 꼼꼼히 정리했다. 노조위원장을 포함한 집행부 임금부터 파업 자금, 호텔·리조트 사용비, 항공비, 조경비, 골프장 이용비까지 세세하게 나온다. 언론들이 이 보고서를 분석해 노조 사업 지출과 운용에 대해 기사를 쓰기도 한다.
이는 노조 회계와 조합원 정보를 공개하도록 하는 ‘노사 정보 보고 및 공개법(LMRDA·Labor Management Reporting and Disclosure Act)’에 따른 것이다. 이 법에 따르면 모든 노조는 부채를 포함한 자산, 수령금과 출처, 노조 전임자 봉급, 조합원 수 같은 정보를 공개하고, 이를 5년간 보관하도록 한다. 조합원뿐 아니라 일반인도 열람할 수 있다.
미국은 노조나 노조 간부가 회사와 거래하는 업체와 관련한 주식·채권·증권 거래에 대해서도 노동부 장관에 보고하도록 하고 있다. 게리 존스 전 UAW 위원장이 2019년 횡령·갈취·탈세 혐의로 수사를 받고 지난해 1심서 징역형을 받은 배경에는, 이렇게 체계적으로 정리한 노조 회계 보고서가 있었다.
미국뿐 아니라 해외 선진국 대부분도 노조에 대한 회계 정보 공개를 의무화하고 있다. 영국은 노조 회계를 행정관청에 연례 보고하도록 하고 있으며 조합원들이 노조 회계 정보에 접근할 수 있게 했고, 회계감사 등에 대한 정부 규정도 있다. 일본은 노조법을 통해 적어도 매년 1회 조합원에게 회계 정보를 알리도록 한다. 재원과 용도, 주요 기부자 성명과 재정 상황 등이 자세히 나와 있다. 또 회계감사 증명서도 첨부해야 한다. 독일과 프랑스는 노조 재정이나 회계에 관련한 법적 규율 대신, 노조 자체적으로 엄격한 규약을 둬 지키고 있다. 프랑스 노동자총연맹은 영수증 출처와 근거 서류 작성 관리 등 모든 지출을 사무국장 동의를 얻도록 하는 회계 관리 원칙을 세웠다. 독립 감사위원회를 구성하고, 조합 총회에서 재정 보고도 반드시 한다. 독일 서비스산업노조는 회계감사위원회가 연 2회 감사를 하고, 독일 금속노조도 독립된 감독위원회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