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유동규, 정진상, 김용

대장동 사건의 핵심인 유동규(54)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작년 9월 말 검찰에 “진실을 밝히겠다”는 진술서를 제출한 이후 김만배(57·화천대유 대주주)씨에게 대장동 수익 중 428억원을 약속받았다는 과정에 대해 구체적으로 진술하기 시작한 것으로 25일 전해졌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검찰은 유동규씨에게서 “2014년 6월 27일 정진상(55·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 김용(57·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김만배씨와 함께 ‘의형제’를 맺었다”는 진술을 받았다고 한다. 정진상·김용·유동규씨는 2009년부터 의형제 관계였는데 여기에 김만배씨가 추가돼 이때부터 의형제가 네 명으로 늘어난 것이다. 이때는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59·현 민주당 대표)이 재선에 성공한 직후였다.

이에 대해 유씨는 “그 자리에서 김만배씨가 종교 단체를 통해 이 시장의 선거 운동을 도왔고, 남욱 변호사(50·천화동인 4호 소유주)와 함께 선거 자금을 마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얘기했다”며 “김씨가 법조계 로비에 특화된 사람이기 때문에 이 시장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봤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남욱씨가 2014년 4~6월 직접 또는 김만배씨를 통해 유씨에게 이재명 성남시장 재선 선거 자금 명목으로 수억원을 건넸고, 이 돈이 정진상·김용씨 등에게 전달된 것으로 보고 있다.

김만배씨가 대장동 지분을 정진상·김용·유동규씨에게 처음 약속한 시점은 2014년 12월 무렵이라고 한다. 유씨는 “당시 김만배씨로부터 대장동 수익 지분을 받기로 한 사실이 있고 정진상·김용씨와 다 이야기가 된 부분”이라며 “제가 그런 부분을 숨길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지분과 관련해 김만배와 논의했던 내용은 바로바로 정진상·김용씨에게 알릴 수밖에 없다”고 검찰에 진술했다고 한다. 또 “그 시점에는 정확히 지분을 얼마씩 받기로는 정해지지 않았던 것 같다”고 했다는 것이다.

유동규씨는 이재명 대표가 대장동 지분 약속을 알았는지에 대해 “당연히 정진상씨가 이재명 시장에게 보고했다고 생각한다”며 “(보고를 안 했다가) 나중에 이 시장이 알게 되면 뒷감당을 어떻게 하겠나”라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장동 지분 논의가 구체적으로 진행된 시기는 2015년 2월 이후라고 한다. 유씨는 “김만배씨가 자신의 지분을 늘려 저희(정진상·김용·유동규)에게 주기로 했던 것”이라며 “김만배씨가 정씨에게 ‘너네 지분이 30% 되니까 필요할 때 써라’고 말했고 이에 정씨가 ‘뭐 저수지에 넣어둔 거죠’라고 답했다는 것을 김만배씨에게 전해 들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이어 “저와 정진상씨, 김용씨가 3분의 1씩 나누겠다고 한 것은 형식적으로 그렇게 나눠둔 것”이라며 “사실상 이재명 시장이 쓰자고 하면 모두 갖다줘야 하는 돈”이라고 했다는 것이다.

유동규씨는 “김만배씨가 천화동인 1호는 ‘그분’ 것이라고 말했다”는 남욱씨의 검찰 진술에 대해 “김씨가 ‘그분’이라는 표현을 쓴 것은 이재명 시장을 뜻하는 게 맞는다”며 “저와 정진상·김용씨는 모두 김씨보다 어리기 때문에 김씨가 저희를 ‘그분’이라고 부르지 않는다”고 했다고 한다.

검찰은 김만배씨가 대주주로 있는 화천대유가 2015년 3월 대장동 민간 사업자로 선정되기 전후에 김씨가 자신의 대장동 지분을 늘리고 남욱씨의 지분을 줄이는 방식으로 주도권을 잡아갔다고 보고 있다. 2014년 말 기준 남씨의 대장동 지분은 45%로 가장 많았으나, 김만배씨가 이재명 대표 측인 정진상·김용·유동규씨 몫(30%)을 대신 보관해준다는 명목으로 남씨 지분을 뺏기 시작해 2015년 기준 자신의 지분을 49%로 늘렸다는 것이다. 그때 남씨 지분은 25%로 쪼그라들었다고 한다.

김만배씨는 자신이 약속한 이 대표 측 대장동 지분을 2015년 30%에서 2021년부터 24.5%로 또 줄였는데, 유동규씨는 이에 대해 “김씨가 주도적으로 (지분을) 정했고 정진상·김용씨에게 변경된 지분에 대해 알려주면 그냥 ‘음…’ 하고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며 “김씨가 줘야 받는 것이기 때문에 저희 입장에서도 지분을 더 달라고 강하게 압박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김만배씨가 자신의 대장동 지분의 절반(24.5%)을 정진상·김용·유동규씨 몫으로 배분했고, 함께 부담해야 하는 공통 사업비를 제외한 428억원을 지급하기로 약속했다고 보고 있다. 최근 김씨 등 5명을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혐의로 추가 기소하면서 검찰은 “김씨는 향후 이재명 대표 측 지분에 상응하는 금액을 교부하겠다는 계획을 설명했으며, 유씨는 이를 정진상씨를 통해 이 대표에게 보고해 승인받았다”고 공소장에 적시했다.

한편 유동규씨는 대장동 수사 1년 만인 작년 9월 26일 검찰에 “오늘부터 실체적 진실을 밝히고 싶다. 그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한다”는 진술서를 내면서 혐의를 인정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날은 이재명 대표가 대선 후보 때 고(故) 김문기 전 성남도개공 개발사업1처장에 대해 “얼굴도 모른다” 등으로 말했다는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기소된 지 보름 정도 지난 때였다. 유씨는 작년 12월 언론 인터뷰에서 “김 전 처장을 모른다는 이 대표의 발언을 듣고 진술하기로 결심했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