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근 전 더불어민주당 사무부총장 재판에서 노웅래 의원의 뇌물 혐의와 관련된 증언이 나왔다. 작년 12월 한동훈 법무장관은 노 의원 체포동의안 표결을 앞두고 그가 돈을 받은 현장 녹음 파일의 존재를 언급하며 “돈 봉투가 부스럭거리는 소리까지 녹음돼 있다”고 했었는데, 다른 재판에서 이에 대한 언급이 나온 것이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 1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재판장 김옥곤) 심리로 진행된 이 전 부총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재판에 사업가 박모씨의 부인 조모 교수가 증인으로 나왔다.
박씨는 이 전 부총장에게 10억원대 금품을 전달한 혐의를 받고 있는 인물이다. 이 전 부총장은 그와 관련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박씨는 아내인 조 교수를 통해 노 의원에게 각종 청탁과 함께 6000만원을 줬다는 혐의도 받고 있다.
이날 재판에서 이 전 부총장의 변호인은 조 교수를 상대로 신문하며 ‘노 의원에게도 금품을 전달했느냐’고 물었다. 조 교수는 “노 의원에게 인사치레로 돈을 줬다”고 답했다. 이 전 부총장 측은 ‘대가성이 있는 돈이었나’라는 취지로 재차 물었고, 조 교수는 “처음 전달했을 땐 인사치레였지만 두 번째부터는 100%까진 아니어도 대가성이 섞여 있었다”고 답했다.
조 교수는 또 ‘돈 심부름’을 했을 때 녹취를 했는지를 묻는 데 대해서는 “두 차례 녹음했고 그 중 한 번이 노 의원에게 돈을 전달했을 때”라는 취지로 답했다.
앞서 한 장관은 작년 12월 28일 국회에서 노 의원의 범죄 사실 요지를 설명하며 “노 의원은 2020년 2월부터 12월, 다섯 차례에 걸쳐, 브로커 박모씨 측으로부터 발전소 납품사업 청탁 명목, 용인 물류센터 인허가 알선 청탁 명목, 태양광 발전사업 청탁 명목, 국세청 인사 청탁 명목, 동서발전 인사 청탁 명목 등으로 6000만원의 뇌물 및 불법 정치 자금을 받았다”고 밝혔다.
한 장관은 또 돈을 받은 현장 상황이 담긴 녹취가 있다면서 “(노 의원이) 구체적인 청탁을 주고받은 뒤 돈을 받으면서 ‘저번에 주셨는데 뭘 또 주냐’ ‘저번에 그거 제가 잘 쓰고 있는데’라고 말하는 목소리, 돈 봉투가 부스럭거리는 소리까지도 그대로 녹음돼 있다”고 했다.
한 장관은 그러면서 “지난 20여 년간 중요한 부정부패 수사 다수를 직접 담당해 왔지만 부정한 돈을 주고받는 현장이 이렇게까지 생생하게 녹음된 사건은 본 적이 없다”면서 “뇌물 사건에서 이런 정도로 확실한 증거들이 나오는 경우를 저는 보지 못했다”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노웅래 의원은 신상 발언을 통해 “부정한 돈을 받지 않았다. 하지도 않은 일을 가지고 범법자로 몰아 정말 억울하다”며 “검찰이 만든 작품이다. 누구든 이렇게 엮이면 살아남을 사람이 누가 있겠나”라고 했다.
노 의원 체포 동의안은 여야 의원 271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101표, 반대 161표, 기권 9표로 부결됐다. 국회 회기 중 체포되지 않는 불체포 특권이 있는 현역 의원을 구속하려면 재적 의원 과반수 출석에 과반수 찬성을 받아야 한다. 검찰은 노 의원 뇌물 사건에 대해 보강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