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경남 창원의 ‘자주통일 민중전위(자통)’ 조직원들이 북한에게 받은 ‘조선일보 폐간 운동 독려’ 지령문에는 “노무현재단, 민노총을 활용하라” 등 북측의 구체적인 지시 사항이 담긴 것으로 23일 전해졌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중앙지검이 지난 15일 자통 총책 황모(60)씨 등 조직원 4명을 기소하면서 법원에 제출한 공소장에는 자통이 2021년 7월 16일 북한 대남 공작기구인 문화교류국으로부터 웹하드를 통해 수신한 ‘조선일보 폐간 운동 독려’ 지령 전문이 담겼다.

'창원 간첩단 사건'에 연루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자통 관계자들이 지난 1월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북한은 ‘조선일보 폐간을 위한 활동 방향’이라는 제목의 지령문에서 “최근 사회적으로 조선일보에 대한 불신과 혐오감이 높아가고 있는 속에 극우 보수 언론 매체의 폐간을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 청원 참가자수가 30만명을 돌파하고 조선일보 폐간 운동 본부라는 투쟁 단체까지 조직되는 등 사회적 배척 기운이 고조되고 있다”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이와 관련해 이사회(자통)에서는 지역 내 광범위한 민중을 발동하여 조선일보 폐간을 요구하는 집중 투쟁을 선포하고 다양한 투쟁 형식과 방법들을 탐구 적용하여 보다 광범한 군중을 폐간 투쟁에로 불러일으키기 위한 활동을 전개해나가야 하겠다”고 지시했다. 조선일보 폐간을 요구하는 청와대 청원 숫자가 30만명을 넘어서는 시점에 맞춰 집중 투쟁을 하라는 것이다.

북한은 자통에 조선일보 폐간 운동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도 제시했다. 북한은 “우선 조선일보의 폐간을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 청원 운동에 지역 내 진보 운동 단체들은 물론 노무현재단을 비롯한 문재인 세력들과 중도 개혁 세력들까지 광범위하게 참가시키기 위한 여론전 및 내적 활동을 적극 벌여 청와대 국민 청원 참가자수를 부단히 늘여나가도록 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북한은 또 “민노총 지역본부, 지역진보연합, 지역운동본부, 지역평화회의를 비롯한 대중 운동 단체들이 조선일보의 반민족적이며 반통일적인 죄행을 폭로 단죄 하는 성명, 기자회견을 연속 발표하도록 하는 한편 항의 시위들을 현실적 조건에 맞게 다양하고 참신하게 조직 전개하여야 하겠다”고 전달했다. 이어 “이와 함께 이미 조직되여 활동하고 있는 조선일보 폐간 운동 본부와의 연대 활동, 공동 투쟁을 활발히 벌여 조선일보의 폐간을 요구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지속적으로 고조시켜 나가야 하겠다”고 덧붙였다.

북한은 이미 만들어진 조선일보 폐간 운동 본부뿐만 아니라 노무현재단, 민노총 등을 비롯한 여러 단체로 외연을 넓혀 조선일보 폐간 운동을 펼치라고 구체적으로 지시한 것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북한이 자통을 통해 조선일보 폐간을 위한 여론전을 펼치려고 한 것으로 보인다”며 “특정 언론사에 대한 공격은 자유민주질서를 해치려는 시도”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