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는 23일 더불어민주당이 작년에 통과시켰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법’에 대해 ‘위장 탈당’을 통한 법사위 심사 과정은 위법했지만 법 자체는 유효하다는 판단을 내놨다. 헌재는 국민의힘 측이 국회 법사위원장과 국회의장을 상대로 낸 권한쟁의심판 사건에서 그 같은 결정을 내렸다.

이날 헌재는 국회 법사위와 본회의 심사 과정, 두 절차를 통한 검수완박법 가결이 각각 무효인지를 판단했다. 앞서 작년 4월 20일 민주당은 자당(自黨) 소속 민형배 의원을 탈당시킨 다음, 법사위 안건조정위에 무소속 몫의 위원으로 참여시켜 ‘검수완박 법안’ 처리에 필요한 정족수를 채웠다. 당시 ‘꼼수 탈당’이란 비판이 들끓었다. 엿새 뒤인 4월 26일, 민주당은 밤 11시 37분 안건조정위를 열고 17분 만인 11시 54분에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후 작년 4월 30일과 5월 3일 민주당은 그 법안을 본회의에서 표결 처리했다.

이에 대해 헌재는 법사위 심사 과정만 위법했다고 판단했다. “헌법 또는 국회법상의 국회의원 표결권 침해”라는 것이다. 재판관 5명은 “안건조정위원을 사실상 ‘여당 4′ 대 ‘야당 2′로 구성해 다수결 원칙을 위반했다”며 “법사위원장은 토론의 기회를 제공하지 않았다”고 했다.

반면, 본회의 심사 과정, 법사위원장과 국회의장의 법안 가결 선포 행위는 무효가 아니라고 판단해 법의 효력을 유지시켰다. 그런 의견을 낸 재판관 5명은 “법률안 심의·표결권이 전면 차단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법조계에서는 “절차가 잘못됐다면서 그런 절차로 만든 법은 유효하다는 모순적 결정”이란 비판이 나왔다. “헌재재판관 구성을 볼 때 예정된 결과였다”는 반응도 다수였다.

한편, 헌재는 이날 한동훈 법무장관과 검사 6명이 “검수완박법이 헌법에 보장된 검사의 수사·소추권을 침해했다”며 국회를 상대로 제기한 권한쟁의심판에 대해선 재판관 5대4 의견으로 각하 결정을 내렸다. 검사의 헌법상 권한 침해가 인정되지 않아 소송 자격이 없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