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법정에 나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측근인 정진상 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의 관계에 대해 “정씨가 시장실 문을 박차고 들어갈 정도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그만큼 두 사람이 친하다는 얘기다. 유씨는 또 정씨가 이 대표와 자신을 동격으로 생각했다는 취지로 말하기도 했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1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정진상 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의 네 번째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뉴스1

유씨는 1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3부(재판장 조병구) 심리로 열린 정진상씨의 네 번째 공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했다. 정씨는 2013~2020년 유동규씨를 통해 대장동 일당이 마련한 뇌물 2억4000만원을 수수하고, 2021년 9월 유동규씨가 압수 수색을 당하기 직전 “휴대전화를 버리라”고 지시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유동규씨는 ‘이재명 대표가 경기지사였던 시절 정진상씨가 도지사 사무실 문을 직접 열고 들어갈 정도로 두 사람이 친하냐’는 검사 질문에 “정진상씨가 ‘이재명과는 언제든 시장실(이 대표 성남시장 시절) 문을 박차고 들어갈 정도의 사이는 돼야 한다. 빨리 너도 그렇게 가까워지도록 노력해라’고 말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씨는 이 대표와의 일화도 소개했다. “제가 성남시설관리공단 본부장 부임 초에 이재명 시장에게 대면 보고를 하는데 ‘저녁에 시간 되느냐, 술 한잔할까’라고 물었어요. 그때 제가 직원들과 약속이 있다고 하니까 이재명 시장이 기분 나쁜 표정을 지으면 ‘그럼 약속 가야지’라고 했어요. 이 얘기를 정진상씨에게 했더니 정씨가 ‘무조건 (직원과의 약속을) 취소하고 가야지. 그랬다면 얼마나 가까워졌겠느냐’고 했어요. 그러면서 ‘이 시장이 그런 말 아무한테나 안 한다’고 하더군요.”

검사는 유씨에게 2017년 대선 당시 문재인 전 대통령의 캠프가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함께 근무한 임종석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데려갔을 때 이 대표가 “저것은 나에게 (정)진상이를 데려간 것과 같다”고 말했는지도 물었다. 그러자 유씨는 “(이 대표가) 그런 얘기를 하면서 ‘그러니까 박원순이 포기했지’라고 했다”고 답했다.

유씨는 또 검사가 대장동 비리 의혹이 불거지면서 정진상씨 이름이 나오기 시작하자 정씨가 “와 감히 내 이름을 거론하네. 이재명에 대한 공격인가”라고 말한 적이 있는지 묻자, “항상 동격시했다”고 말했다. 이거 검사가 “이 대표와 정진상씨가 사실상 한 몸이라고 판단했느냐’고 묻자, 유씨는 “아마 경기도와 성남시 공무원들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며 “(두 사람을)경험한 사람 모두 똑같은 생각일 것”이라고 말했다.

유씨는 또 “정진상씨가 이 대표에 대해 말하는 내용과 말투 등을 보면 (두 사람이) 보통 사이가 아니라는 것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무엇보다 정진상이 말한 모든 게 실제로 이뤄졌다”고 말했다. 유씨는 “(정진상씨를) 이 대표의 최후 보루라고 생각했다”고도 했다. 그는 “모든 게 정진상씨를 거치고 이 대표에게 올라는 구조였다”며 “제가 이 대표에게 보고할 때도 ‘진상이랑 혐의했느냐’가 중요한 포인트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