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당대표./뉴스1

2021년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돈 봉투’가 살포됐다는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당시 송영길 당대표 후보 캠프 관계자 9명이 현금 9400만원을 현역 의원 등 40여 명에게 전달했다는 정황을 포착해 수사 중인 것으로 13일 전해졌다. 이런 내용은 지난 12일 검찰이 민주당 윤관석 의원, 이성만 의원과 강래구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위원 등에 대해 집행한 압수수색 영장에 적시됐다고 한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검찰은 윤관석·이성만 의원, 강래구씨,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 조택상 전 인천시 정무부시장, 송영길 전 대표의 보좌관 박모씨 등 9명이 2021년 5월 민주당 전당대회 과정에서 돈 봉투 살포에 관여한 혐의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은 당시 전당대회에서 당대표에 선출된 송영길 후보의 캠프에서 활동하고 있었다.

검찰에 따르면, 당시 송영길 후보 캠프에서 당내에 뿌린 돈은 9400만원인데 이 가운데 8000만원은 강래구씨가 마련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한다. 강씨는 송 전 대표와 가까운 사이로 알려져 있다. 그는 송 전 대표가 2018년 민주당 당대표로 출마했을 때부터 측근으로 활동했고 민주당 부대변인, 조직국장 등을 지냈다고 한다. 검찰 관계자는 “강씨가 당대표 경선 과정에서 특정 후보 캠프에서 조직을 관리하면서 자기가 지지하는 후보가 당선되도록 하는 역할을 했다고 보면서 수사 중”이라고 했다.

이정근 전 더불어민주당 사무부총장 윤관석 이성만 더불어민주당 의원(왼쪽부터)./뉴스1

검찰은 강씨가 2021년 4월 말 현금 6000만원을 이정근씨를 통해 윤관석 의원에게 전했고, 윤 의원이 이 돈을 300만원씩 봉투에 넣어 인천과 수도권 등 현역 의원 10명에게 건넸다는 단서를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해 4월 27일 이씨가 “윤관석 (의원) 오늘 만나서 그거 줬고. 봉투 10개로 만들었더만”이라고 말하는 대목이 포함된 녹음 파일이 나왔다고 한다. 그다음 날에 윤 의원이 “다섯 명이 빠졌더라고. 안 나와 가지고”라고 말하자, 이씨가 “아니 모자라면 오빠 채워야지. 무조건 하는 김에 다 해야지…”라고 답하는 녹음 파일도 있다고 한다.

강씨는 또 2021년 4월 말 현금 2000만원을 추가로 마련했고 이 돈을 이정근씨 등이 50만원씩 봉투에 담아 캠프 소속 지역상황실장 20여 명에게 전달했다고 검찰은 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밖에도 조택상 전 인천시 정무부시장이 2021년 3월 지인에게 조달한 현금 1000만원도 이정근씨를 거쳐 강래구씨에게 건너갔고 강씨가 이 가운데 900만원을 지역본부장 10여 명에게 전달했다는 정황도 검찰이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민주당 수도권 지역위원장 한 명도 강래구씨의 요청에 따라 현금 500만원을 마련해 지역본부장 7명에게 전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대해 송영길 전 대표 측 의원들은 반발했다. 윤관석 의원은 13일 오전에도 입장문을 내고 “일부 언론의 제 녹취 관련 보도는 다른 상황에서 다른 취지로 한 발언을 상황과 관계없이 마치 봉투를 전달한 것처럼 단정하여 왜곡하였는데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허종식 의원(인천동·미추홀갑)도 “검찰이 총선에 영향을 끼치기 위한 의도적 수사”라며 “저를 비롯해 2021년 전당대회 당시 송 전 대표 캠프에 있었던 많은 당 관계자들은 검찰의 주장이 사실이 아님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검찰의 수사에 정면 대응하라는 송 전 대표의 메시지가 있었다”고도 했다.